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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북쪽의 화살’이라는 작전을 펼쳐 레바논 남부와 동부 일부 지역에 위치한 헤즈볼라 시설 1600여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24시간동안 650여차례 공습을 퍼부었다.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드론을 숨긴 민간 건물이 공격 타깃이 됐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또 다시 표적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 20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표적 공습을 벌인 지 나흘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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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에 융단 폭격을 가하면서 사상 최악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폭격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최소 492명이 사망하고, 165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관리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저녁 헤즈볼라의 지도부 최고위 멤버 중 한 명인 알리 카라키를 사살하려고 했지만,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그가 건강하게 살아있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 동안 사망자 수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지난 11개월간 레바논에서 발생한 사망자 약 600명에 맞먹는 규모다. 공습이 격해질 것이란 불안감에 주민들은 피란길에 올랐고, 다수 병원에서 수술이 무더기로 취소되거나 학교들이 휴교하는 등 레바논 전역에선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 남부에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은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멈추기 위한 것으로 헤즈볼라를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상군 투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어진 폭격으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진입이 더욱 용이해졌을 수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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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자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배후 세력인 이란은 이스라엘에 경고장을 날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고 있으며 이란을 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덫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대통령 선거에서 실용적 외교정책을 약속하며 승리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온건파이자 개혁파로 분류된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우리는 중동의 불안정한 원인이 되고 싶지 않다. 이 전면적인 갈등을 만들고자 하는 건 이스라엘”이라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분쟁에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신의 권리와 자신을 방어하는 모든 그룹을 지킬 것”이라며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대해 국제사회가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유엔총회 참석으로 처음 외교무대 한복판에 선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집중적인 공습을 퍼부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며 중동에 소규모 병력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현재 중동에는 4만 명 가량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추가 파견 규모와 입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엔도 양측에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엔 인력을 포함해 블루라인(200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유엔이 설정한 경계선) 양쪽에 있는 민간인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인명 손실을 규탄한다”고 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유엔 본부를 찾아 중동 상황이 전면전에 가깝다고 묘사했다. 보렐 대표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면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지금이 바로 유엔에서 그렇게 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