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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공개토론회’에서 “고령층을 사고를 더 많이 내는 위험한 계층으로 낙인 찍을 것은 아니다”며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이나 독일도 우리에 비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적다. 준비만 잘하면 초고령 사회가 돼도 위험 사회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현재 운영 중인 운전면허 반납 제도는 차등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한 교수는 “반납률이 2%밖에 안되지만 고령자가 언젠가는 운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회적 신호를 줄 수 있으므로 필요한 제도”라면서 “다만 사고율이 급격히 커지는 75세, 혹은 85세 이상에 인센티브를 더 주도록 차등화하는 게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농촌의 경우 면허를 반납하면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이용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수요 대응형 교통 서비스(DRT), 승차공유형 택시, 실시간 수요대응형 셔틀과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같은 안전 기술 보급의 효과도 언급했다. 미국에서 진행한 효과 분석 결과 긴급자동제동장치기술은 사고감소에 46%, 차로이탈장치 등은 10~20% 가량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 교수는 “기술 접목에 따른 차값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유럽은 이를 의무화하면서 안전을 위한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며 “기술 접목이 일반화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상의 이유로 면허 유지가 어렵거나, 면허취소가 됐더라도 생계 유지 등을 위해 운전을 해야한다면 일몰 이전, 하루 평균 100㎞ 이내, 고속도로 운행 제한, 급발진 방지 장치 장착 차량 등 특정 조건에 한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조건부 면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운전자 뿐 아니라 보행자 중 고령자의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횡단보고 보행섬 설치, 보행자 작동 횡단보도 신호기 확대, 국도·지방도 보도 설치 등을 제시했다.
◇“음주운전 예방 위해 동증자 방조 규제 강화해야” 의견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고령운전자는 물론,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나왔다.
김원신 손해보험협회 공익업무부장은 일본이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는 물론, 비상자동제동장치·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장치 등 기능을 갖춘 고령자 특화 차량 ‘서포트카S’ 한정 면허제도 등을 도입하면서 안전운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예방을 위해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 도입 △음주운전 동승자 방조에 대한 규제 강화 △음주운전 인식 개선 및 교통안전문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석준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총괄과장은 교통안전사고 예방을 위한제도 개선 방향으로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고위험운전자 면허제도 개선 △자동차 안전장치, 도로 구조 및 안전시설 개선·강화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 예방 활동 강화를 제안했다.
한동훈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으로 △보행자·어른이·고령자 교통안전 강화 △화물차·이륜차 등 안전운행 확보 △버스·택시 등 안전관리 강화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 인프라 개선 △선진 교통문화 정착·추진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토론회에서 나오는 의견에 대해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해당기관에 제도개선 권고 및 건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고령 사회 진입, 복잡해진 교통환경 등 다양한 사회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를 반영한 정책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개인별 실제 운전 능력에 따른 맞춤형 운전면허 제도로 개선하거나, 자동차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등 고령 운전자의 이동성을 보장하면서도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