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맞춰 일본 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국내 IT기업들에 이같이 조언했다. 일본 와세다대 박사학위 수료·히토쓰바시대 초빙교수 이력을 가진 이 교수는 학계에서 한일 기술산업에 두루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최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요청으로 한국과 일본의 빅데이터·인공지능(AI)·로봇 산업 경쟁력을 비교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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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 훈풍을 타고, 한국 IT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 디지털 서비스를 소비할 젊은 세대가 줄고 있다”며 “소비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디지털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기 위해 양국 간 협력이 필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일본 시장은 변화가 느리고 폐쇄적이라 한국 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쉽지 않았지만, 최근엔 일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호감이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더 기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일본 진출 성공 방정식으로 제시한 키워드는 ‘현지화’와 ‘이익공유 모델’이다. 그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 IT 기업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라인을 예로들며, “라인처럼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인지 아무도 모를 만큼 철저히 현지화하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이익을 나눠 가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인은 서비스 출시 단계부터 모회사인 네이버와 별개로 철저히 현지 상황과 문화에 맞췄기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전화·문자 불통에 대한 불안이 컸던 일본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이 교수는 “라인은 극소수의 한국인을 빼면 모두 일본 사람을 채용해 현지 문화를 잘 반영할 수 있었고, 일본 경제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에 일본 기업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2019년 네이버는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을 결정하고, 메신저 및 검색, 핀테크, 온라인 쇼핑을 망라하는 일본 최대 인터넷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올 10월에는 아예 라인과 야후재팬을 합병해 ‘라인야후’ 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런 결정을 놓고 “네이버 라인은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그 이익을 공유 받는 공동체의 파트너로 현지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모든 수익을 다 가져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보수적인 일본시장에서 실패하기 쉽다”며 “네이버 라인처럼 현지 기업과 공동의 지주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배분 받는 모델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