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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불청객' 꽃가루, 비염·천식 환자들의 적절한 대처법은?

이연호 기자I 2023.04.18 16:09:06

바람 매개로 꽃가루 이동하는 참나무 등 풍매화가 알레르기 질환 '주범'
기상청, 매년 4~6월 매일 '꽃가루농도위험지수' 발표...18일 서울 '매우 높음'
항원 접촉 최대한 피해야..."스테로이드 투약, 심할 경우 면역 치료 선택"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매년 이맘때쯤 비염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겐 꼭 피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꽃가루다. 특히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돼 꽃가루받이(수분)를 하는 풍매화(風媒花)인 참나무나 소나무의 꽃가루가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남산 소나무림. 사진=산림청 제공.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나비나 벌 등의 곤충이 매개체가 돼 꽃가루가 옮겨지는 충매화(蟲媒花)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크기도 큰 데다 곤충이 직접 옮기기 때문에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아서다. 대부분의 화려한 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풍매화는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기에 공기 중에 꽃가루가 비산하고 꽃가루 크기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로선 꼭 피해야 하는 존재다. 대표적인 풍매화로는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벼 등이 있다. 특별한 향이 없고 꽃이 화려하지 않은 겉씨식물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풍매화 중에서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항원)이 가장 강력한 것은 참나무다. 소나무 꽃가루는 그 자체로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심하게 일으키지 않으나 참나무 꽃가루와 상승 작용(여러 요인이 함께 겹쳐 작용해 하나씩 작용할 때보다 더 크게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 안팎이 갖고 있는 흔한 질환이고, 유병률이 5~10% 정도인 천식 환자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기상청에선 매년 4~6월 참나무와 소나무에 대해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매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서울시의 경우 18일 오전 6시 기준 참나무의 ‘꽃가루농도위험지수’는 ‘매우 높음’ 단계다. 기상청은 지수 ‘매우 높음’ 단계일 경우 대응 요령으로 △야외 활동 자제 △외출 시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반드시 착용 △창문을 닫아 꽃가루 실내 유입 차단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의 방문을 제시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막으려면 항원인 꽃가루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에는 외출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힘들 경우 약물 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 점막과 기관지 점막은 성질이 똑같은데 코 점막이 과민하면 비염 증상이 나타나고 기관지 점막이 예민하면 기침이 나오거나 경우에 따라선 맑은 가래도 나오고 심하면 호흡 곤란도 나타날 수 있다”며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가을엔 코에 쁘리거나 흡입하는 형태의 스테로이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복부 피하(피부밑)에 주사하거나 설하(혀밑)에 조금씩 투여하는 면역요법 치료도 2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면역 치료도 효과가 있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치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가벼운 약물 치료가 1차적 선택이지만 도저히 항원 회피가 안 되고 증상이 너무 심할 경우 면역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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