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는 눈꺼풀이 없어 안구운동을 관찰하기 어려운 동물이지만, 깡충거미는 예외적으로 시선을 옮길 때 망막을 움직여 거미 행동 연구에서 자주 사용된다.
뢰슬러 박사는 지난해 깡충거미가 밤에 휴식을 취할 때 이상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포착해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 과정에서 거미들은 거꾸로 매달려 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거나 몸을 떠는 등 낮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뢰슬러 박사는 깡충거미가 수면 중 꿈을 꿔 이 같은 행동을 한다고 판단하고 이번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연구진이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깡충거미 34마리를 관찰한 결과, 모든 실험 대상 거미가 밤마다 거꾸로 매달려 15~20분마다 한 번씩 약 80초 동안 망막과 다리를 움직였다. 이는 포유류가 렘(REM)수면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렘수면은 수면 중 뇌 활동이 일부 활성화하면서 꿈을 꾸고 안구와 사지를 움직이게 되는 상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거미가 인간과 개, 고양이 등 포유류와 유사한 수면패턴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배럿 클라인 미국 위스콘신대 곤충학 교수는 “망막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깡충거미를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아주 현명했다”며 “꿈을 어떻게 정의하든 현재로서는 이번 연구에 대한 반박 논거가 없다”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