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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배경을 두고 당내에서는 “출마 자체가 전당대회를 노리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내 기반이 없는 안 위원장이 평당원보다는 평의원이 돼 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이 전당대회에서 유리하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수위원장을 맡으며 약해진 정치적 입지를 반전시키기 위해 ‘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차기 정부의 내각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추천 인사가 반영되지 않은 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앉혔다가 수세에 몰리면 공동정부를 약속한 윤 당선인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거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인사청문회 리스크가 없는 차관이나 청와대 비서관 등의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심기를 달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분당갑 출마 권유도 그 연장선 상 아니겠나”라고 진단했다.
지선 패배를 전제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위원장을 맡아 다음 전당대회까지 국민의힘을 견제하려던 안 위원장이 원내에 진입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시각도 있다.
◇분당갑 출마 득과 실은
안 위원장이 분당갑에 당선될 경우, 국민의힘 내 지지 기반이 미약한 안 위원장이 자신을 중심으로 세력을 재편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내년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안 위원장이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다면 대선을 앞두고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수확인 셈이다.
하지만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하나인 분당갑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당선은 떼어놓은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안 위원장 개인의 한계라는 지적이 불가피해진다. 원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내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권 확보를 발판으로 한 대권 구상도 초반부터 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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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황은 안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에서는 단수공천과 경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지만 사실상 안 위원장을 단수공천할 공산이 크다. 윤 당선인이 여전히 당에 강한 ‘그립’을 행사하는 가운데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 안 위원장을 찾아가 분당갑 출마를 설득한 만큼, 추대의 형식으로 뒷받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경선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당내 세력이 탄탄한 인사가 당대표가 되는 것보다는 본인처럼 연고가 없는 사람이 당권을 쥐는 편이 낫다고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위원장이 원내에 입성할 경우 무난하게 차기 당대표로 선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중진들은 많이 있지만 당대표에 도전할 만한 중량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홍준표 전 의원의 경우 이미 당대표 경력이 있고 유승민 전 의원도 경기지사 경선에서 탈락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총리를 양보한 이유도 안 위원장이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나”라며 “모처럼 안 위원장이 긴 안목으로 바라본 결과가 분당갑 출마”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