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범행장면 사진으로 남겨...'졸피뎀 카레' 증거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자신의 범행을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검은 고유정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범행 관련 사진 3장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 2장에는 전 남편 강모(36) 씨를 살해한 지난 5월 25일의 제주도 펜션 내부 모습이 담겨있고, 나머지 1장에는 범행 사흘 뒤인 5월 28일 시신을 버린 완도행 여객선 내부가 담겼다.

펜션 내부 사진 중 한 장엔 시계와 강 씨의 신발, 또 다른 한 장에는 싱크대 선반에 빈 즉석조리밥 그릇 2개와 일반 그릇,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이 발견된 고유정의 파우치가 있다.

완도행 여객선 사진은 시신을 버리기 직전으로, 배 5층 갑판에 훼손한 시신을 담은 캐리어가 찍혔다.

검찰은 “고유정이 자신의 행동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는 현 남편의 진술을 확보해 고유정의 휴대전화를 확인, 해당 사진을 증거로 특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이와 같은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번째 사진은 고유정이 강 씨에게 졸피뎀을 먹게 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 보고 있다.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앞서 전날 검찰은 고유정을 전 남편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고유정이 저녁 음식으로 준비한 카레에 졸피뎀을 넣어 강 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키 160㎝, 몸무게 50㎏가량인 고유정이 키 180㎝, 몸무게 80㎏인 강 씨를 제압해 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한편, 고유정과 재혼한 현재 남편 A씨는 지난 3월 숨진 자신의 아들 역시 마지막 식사로 ‘카레’를 먹었다고 밝혔다.

A씨는 아들이 카레를 먹은지 2시간이 안돼 잠들었으며, 자신도 평소보다 훨씬 깊게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졸피뎀의 체내 잔류 기간 등을 확인,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A씨의 아들은 카레를 먹은 다음 날인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께 고유정 부부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아들을 부검한 결과 ‘압착에 의한 질식사’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외상이나 장기 손상은 없었고 약물이나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소견을 내놨다.

한편,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충북 경찰은 오는 4일 고유정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