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조모(28)씨에게 현금 20억원 등의 지급을 약속하며 고씨 살해를 사주한 혐의(살인교사)로 곽모(38)씨를 추가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조씨는 곽씨의 교사에 따라 지난 8월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회의실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고씨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곽씨는 이미 아버지(72) 및 법무사 김모씨 등과 함께 재일교포 1세 사업가인 조부 곽모(99)씨가 국내에 보유한 68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빼돌리기 위해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 13일 구속 기소된 상태다. 조부인 재일교포 곽씨는 일본 교토 등에 대형호텔 등을 소유한 성공한 호텔 사업가다.
고씨는 재일교포 곽씨의 외손자다. 그는 사촌인 곽씨 등이 친조부 재산을 빼돌리자 지난 2월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경찰에 이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곽씨 등을 수사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지난 7월 검찰에 송치했다.
고씨와 곽씨는 이와 함께 조부의 재산을 두고 민사소송도 벌이고 있었다. 검찰조사 결과 곽씨는 조부의 재산을 두고 마찰을 빚자 앙심을 품고 고씨를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 곽씨는 일본에서 알게 돼 함께 살고 있던 조씨에게 ‘현금 20억원과 가족부양비, 변호사 비용을 대주겠다’며 고씨를 죽이라고 지시했다.
곽씨는 조씨에게 ‘(살해 후) 필리핀에 가서 살면 된다’는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곽씨는 또 조씨에게 ‘고씨와 변호사(고씨의 매형)도 죽이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변호사가 겁을 먹게) 변호사 앞에서 고씨를 죽여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범행 당일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변호사가 보는 앞에서 고씨를 살해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디지털기기 분석과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토대로 조씨를 상대로 청부살인 혐의를 추궁했다. 조씨는 결국 곽씨가 20억원 등을 약속하며 살인교사를 지시했다고 검찰에서 털어놨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씨가 고씨에게 민사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넘겨줬지만 약속보다 적은 금액을 받자 불만을 품고 우발적으로 고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그러나 압수물 등을 분석한 결과 조씨가 고씨를 만난 지 불과 4일 만에 살인을 저지른 데다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점 등에 비춰 고씨의 소송 상대방인 곽씨의 교사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하는 등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피의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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