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넥슨의 경영권 참여 선포에 맞서 엔씨소프트(036570)가 넷마블게임즈와의 주식스왑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약했던 모바일 부문까지 강화하는 ‘신의 한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무리하게 웃돈을 주고 넷마블 지분을 사들였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일대비 2.07% 하락한 18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엇갈린 평가 속에 장중 보합권을 중심으로 상승과 하락을 오가던 엔씨소프트는 결국 약세로 마감했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 주식 2만9214주를 3802억6490만원(주당 1301만원)에 인수하고, 자사주 195만주를 3911억원(주당 20만573원)에 넷마블게임즈에 매각키로 했다. 사실상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주식스왑을 통해 백기사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장 초반만 해도 우호지분 확보로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상승세로 출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넷마블게임즈에 넘긴 지분 9%를 합치면 우호지분이 18%로 늘어난다. 지분 15%를 확보한 넥슨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 넷마블과의 협력으로 그간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됐던 모바일 게임분야에서 시너지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개장초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넷마블게임즈의 주식 매입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상승폭을 반납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넷마블게임즈가 유상증자를 결정한 당시 주당 708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두배 가까이 비싸진 셈이다. 결국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을 위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 8000억원 내외, 순이익 1000억원 초반대의 추정 실적을 감안할 때 넷마블게임즈의 적정 시가총액은 2조원 수준”이라며 “엔씨소프트가 지분 인수 과정에서 책정한 밸류에이션은 적정가치 대비 두배에 달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주가는 이번 주식 스왑 결정에 대한 넥슨의 반응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즉, 두 기업 간 경영권 분쟁 심화 정도가 주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넥슨이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주문해왔던 만큼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사업 강화에 방점을 찍는다면 주가도 현 수준에서 안정되겠지만, 넥슨이 경영권 분쟁에 초점을 맞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이번 딜을 통해 넥슨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넥슨의 반응에 따라 향후 주가 움직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넷마블게임즈 지분 35%를 보유, 2대주주인 CJ E&M(130960)은 엔씨소프트의 넷마블게임즈 지분 인수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1.66% 올랐다. 장중 6%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탄력이 둔화됐다. 일본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전일 대비 2.52% 오른 주당 1097엔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