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셋, 다운, 헛” 매주 일요일 잠원한강공원에서는 미식축구 장비를 입은 사나이들의 우렁찬 기합소리와 거친 몸싸움이 진풍경을 연출한다. 국내 최초의 미식축구 사회인팀인 ‘기산과학 골든이글스’의 훈련모습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꼬마아이부터 입단 문의를 해 오는 젊은 청년까지 산책 나온 시민들의 관심도 가지각색이다.
올해로 창단 18년을 맞는 골든이글스는 1997년 ADT캡스의 둥지에서 태어나 2011년 도미노피자의 품에 안겼다가 작년 기산과학(안과용 의료기기 전문업체)의 날개를 달았다. 대학시절 미식축구를 했던 기산과학의 강태선 대표이사가 미식축구부 동문들이 운영하는 회사인 이우과학교역(신약·의학실험장비 수입업체), 애드캡슐소프트(홈페이지·솔루션 개발 업체)와 힘을 합쳐 운동장의 희열을 못 잊는 후배들에게 울타리를 쳐준 셈이다.
현재 골든이글스에서 뛰고 있는 50여명 대부분은 대학 때부터 선수로 활약한 ‘베테랑’들이다. 40줄에 들어선 팀 최고참의 경력만 20년. 선수들이 미식축구에 몸담은 평균 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씩은 된다. 대학 동아리에서 미식축구를 처음 접한 후 사회에 나와 동호회 활동으로 운동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미식축구는 취미 이상의 의미다. 공무원, 회사원, 교사로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이들이 ‘전쟁터’로 비유하는 격한 시합을 매해 수차례 소화해야 하는 까닭에 훈련강도와 정신무장은 프로선수에 가까울 정도다.
지난해 팀주장을 맡았던 김문태씨(대한상공회의소)는 시합 출전을 위해 신혼여행에서 하루 일찍 돌아왔고, 2007년 미식축구 월드컵 국가대표 주장을 맡았던 서창호씨(태백 황지여중 교사)는 훈련 참여를 위해 매주 강원도 태백에서 서울까지 차를 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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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팀주장을 맡은 최성호씨(삼천리)는 “미식축구는 수십개의 작전을 모든 선수가 완벽히 숙지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자기희생과 부상위험이 커 주변의 만류도 많지만 팀 전원과 공유하는 승전의 희열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미식축구를 져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미식축구는 대학리그(타이거볼)에 35개팀, 사회인리그(광개토볼)에 7개팀이 참여해 9월부터 경기를 치른다. 각 리그 우승팀이 맞붙는 챔피언결정전인 김치볼(미국의 슈퍼볼에 해당) 시합은 12월에 열린다.
특히 올해는 2015년 스웨덴 미식축구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쿠웨이트와 예선전이 열린다. 4월 12일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를 위해 국내에서도 골든이글스 선수 4명을 포함해 50여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됐다.
김진국 골든이글스 감독(자영업)은 “미식축구가 워낙 격렬하다 보니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 아쉽다”며 “실상 알고 보면 포지션별로 요구되는 운동능력이 다르고 의욕과 끈기만 있다면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만큼 과감히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