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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야, 목화 따러 가야지"…美, 트럼프 취임 후 교내 인종차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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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10 11: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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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조사 30여건 무기한 동결
"괴롭힘 신고했지만 1년째 감감무소식"
민권국 인력 반토막·사무소 7곳 폐쇄
교육부 "의도적 방치 아니다" 반박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미시간주 체사닝중학교에 다니는 흑인 여학생은 5학년 때부터 인종 비하에 시달렸다. 통학버스에서는 ‘원숭이’라고 불렸다. 2024년 2월 노예제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한 백인 남학생이 “노예야, 목화 따러 가야지”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연방정부에 진정을 냈고 조사도 끝났지만, 1년 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딸이 아직도 상담을 받고 있다며, 올해 5월에는 딸이 괴롭힘을 견디기 어려워 스스로를 해치려는 생각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학교 내 인종차별을 걸러낼 연방정부의 안전장치가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AFP)
(사진=AFP)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교육부 민권국의 학교 내 인종 괴롭힘·성희롱 조사 30여건이 무기한 동결됐다. 조사가 끝나 합의만 남겨둔 사건이지만 그대로 멈춰 섰다고 WP는 지적했다.

민권국은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을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인종·성별·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조사해왔다. 합의가 이뤄지면 학교는 교직원 교육과 재발 방지 체계 마련, 때로는 피해 학생 보상까지 떠안는다.

동결의 결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18개월간 인종 괴롭힘과 관련해 마무리된 합의는 3건뿐이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관련 합의는 한 건도 없다. 2024년에는 각각 25건과 47건이었다.

멈춰 선 사건에는 인종 비하를 당한 흑인 학생들, ‘테러리스트’로 불린 중동계 학생들,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이 단체 대화방에 유포된 사례, 교장이 여학생들을 부적절하게 만졌다는 신고 등이 포함돼 있다. 매사추세츠주 러들로와 콜로라도주 그랜드정션,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도 합의 직전까지 갔던 협상이 지난해 초 끊겼다.

배경에는 조직 축소가 있다. 민권국 인력은 절반 넘게 잘려 나갔고, 12곳이던 지역사무소 중 7곳이 문을 닫았다.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이나 대학 내 반유대주의, 인종·성별에 따른 장학금 등 보수 진영이 문제 삼아온 사안으로 옮겨갔다.

민권국에서 10년간 일한 마이클 필레라는 “교육부의 역할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은 교육부가 ‘우리는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반박했다. 킴벌리 리치 민권담당 차관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로부터 약 1만 9000건의 적체를 물려받았다며 “중요한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사를 받던 학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이크 맥거프 체사닝 교육감은 “민권국의 역량 축소는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정인은 자기 주장을 심리받지 못하고, 우리는 방어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 변호사는 WP가 전한 괴롭힘 내용을 “단정적으로 부인한다”고 했다.

민권국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민권국 업무 상당 부분을 법무부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접수된 모든 진정을 들여다볼 의무가 있지만, 법무부 변호사들은 사건을 골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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