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前 서울경찰청장 무죄 선고… 유족들 “항소 촉구”(종합)

황병서 기자I 2024.10.17 14:41:15

法 “검사 측 증거만으로 업무상과실 증명 어려워”
서울청 관계자 류미진·정대경도 무죄
이태원참사 유가족 "검찰 수사 보강해 항소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참사 부실 대응혐의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것과 다르게, 윗선의 과실과 사고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한 것이다. 유가족은 검찰에 수사를 보강해 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17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치안정감이던 김 전 청장은 지난 6월 의원면직(사직) 처리됐으나, 이태원참사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간부 중에서는 최고위직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이나 메뉴얼은 여전히 상당히 추상적이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고 재난 예방과 관련된 경찰조직 전반의 적극적이지 못하고 안일한 인식이나 문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합리적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하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 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게는 “서울경찰청 경비과 등에게 2차례에 걸쳐 핼러윈 데이 점검 마련을 지시했지만, 서울청은 자체적으로 수요가 없다고 판단, 용산서도 자체 경력만으로 인파 관리가 가능한 것처럼 보고서를 기재했다”며 “김 전 청장이 구체적인 추가 지시를 하지 않고 이를 신뢰한 것이 책임 회피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은 참사 당일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금고 3년과 금고 2년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류 총경에 대해 “사고 당시 112 상황실에 머물지 않아 지연 근무가 발생하는 등 업무상 과실은 인정하나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인과관계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경정에 대해서도 “접수반 대원들이 112신고 분류 코드 대응 방법을 충분히 인식해 정 경정이 추가 교양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서울청 인력 현황 등에 비췄을 때 (보고 지연 등은) 철저히 불합리하게 처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무죄가 선고가 내려지자 유족들은 법정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이게 재판이고 나라인가”, “국민 생명 지켜줘야지 셋이다 공범이다”, “다 무죄면 누가 책임지나”며 분노했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 전 김 전 청장에게 중형을 내려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부지법 앞에서 시위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회는 재판이 끝난 뒤 전원을 무죄로 판결한 1심 선고를 납득할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당시 재난 예방과 대응의 책무를 방기해 159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번 판결로 면죄부를 줬다”면서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공직자로서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숙고하고 이를 국가책임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일깨워 줄 기회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해 항소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 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