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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지능형공장) 등 그간 추진했던 중소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양적 확대에 치중해 앞으로는 질적 제고를 꾀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그 자체보다 그를 통한 실제 중소기업의 경영 성과가 창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공장 양은 늘었지만…
정부는 제조업의 디지털화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스마트공장을 지원해왔다. 지난해까지 3만개에 달하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했지만, 2021년 구축기업 기준으로 스마트공장 활용률이 보통 이하인 기업이 24.2%로 정책성과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하고 현장 수요가 많은 로봇·자동화 설비 지원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제조업 근간이 되는 뿌리기업(주조, 금형, 용접, 표면처리 등)의 77%는 공정 자동화율이 50% 이하에 그쳤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과거 정부의 정책추진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많은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며 “디지털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정부 주도의 뿌려주기식 정책으로 기초단계 중심 보급, 부정구축 등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 중심의 획일적인 지원방식에서 탈피해 기업 역량에 따라 디지털 전환 등 디지털 제조혁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선도모델’(우수), ‘고도화’(보통), ‘기초단계’(부족)로 평가한 뒤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역량 우수기업은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가상 세계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현실을 분석·예측하는 기술)이 적용돼 작업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율형 공장이나 가치사슬 내 5개 이상 기업이 참여해 데이터 기반 협업을 촉진하는 디지털협업공장 등 선도모델로 육성한다. 역량 보통기업은 제조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공정을 자동 제어하는 디지털 제조 고도화 공장으로 육성한다.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생산환경 개선과 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로봇·자동화설비, 생산정보 디지털화 등 기초단계 공장을 기업 상황에 맞게 지원한다. 특히 정부는 선도모델, 고도화 공장 육성에 집중해 2027년까지 5000개를 지원한다. 기초단계 공장 등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원하거나 민간이 정책금융을 활용해 2만개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
◇국제사회와 통하는 디지털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
정부는 또 국제 수준의 제조데이터 표준화에 기반한 디지털 제조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 공장에서 나오는 제조데이터가 제각각 활용되는 비효율을 개선해 기업 간 원활한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EU, 미국 등 제조 강국의 데이터 표준과 호환이 가능한 수준의 한국형 제조데이터 표준모델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지역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디지털 제조혁신 수요가 있는 중소 제조기업이 기술 공급기업, 대기업과 자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수요기업이 언제든지 지역, 기술 분야 등을 고려한 협업기업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에서 상담할 수 있는 ‘제조혁신 포털’을 구축한다.
이밖에 정부는 중소기업에 디지털 전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 공급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참여자가 건전한 시장질서를 준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지원예산 증가에 따라 기술혁신 없이 기존 솔루션을 단순 판매하는 영세한 기술 공급기업이 난립한 데다 스마트공장 추진기업과 기술 공급기업 간 유착 등 부정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사업의 성실한 수행을 위해 업계 차원의 자발적인 시장 자정 활동과 함께 부정행위 온라인 신고센터 운영 및 사업비 집행 등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며 “부정행위 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참여 제한, 사업비 환수 등의 제재를 엄격히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종훈 카이스트 교수는 “이제까지 정부 정책이 지원 자체에 핵심을 뒀다면 이번에는 실제 기업 입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혁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걸 통해서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을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