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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휘둘렀지만 현수막만 잘라" 김충환 전 의원, 첫 재판서 혐의 부인

김보겸 기자I 2020.05.14 13:40:19

14일 ''특수협박'' 김충환 첫 공판
"얼굴 앞으로 낫 휘두른 적은 없어"
고소인 "신앙자유 무기로 집회자유 침해"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명성교회 세습반대 시위대에 낫을 휘둘러 재판에 넘겨진 김충환(65) 전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지난해 6월 김충환 전 국회의원이 명성교회 세습반대 시위대를 향해 낫을 휘두르는 모습 (사진=평신도행동연대 제공)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14일 오전 특수협박·재물손괴·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앞 도로에서 교회 목사직 부자세습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던 평신도행동연대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낫을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의원이 휘두른 낫에 현수막을 연결하는 밧줄이 끊어졌고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김 전 의원을 즉시 제압했다.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의원은 지난달 11일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열린 정식 재판에서도 김 전 의원은 “집회를 방해한 것과 재물을 손괴한 혐의는 인정하지만 얼굴 앞으로 낫을 휘두른 적은 없다”며 특수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낫을 들고 집회 현장에 접근한 건 단지 시위대의 현수막을 끊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얼굴 앞으로 낫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김 전 의원 측 주장에 고소인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김 전 의원에게 낫으로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정상규 평신도행동연대 집사는 이날 “협박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그 이후 상황은 김 전 의원의 해명과 맞지 않는다”며 “현수막을 훼손한 이후에도 김 전 의원은 경찰에게 낫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시위대를 향해 적대적으로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집사는 “김 전 의원이 입법활동을 했던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보다 법 의식이 높아야 하지 않나”라며 “자신의 신앙 자유는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현직 명성교회 장로로, 민선 1~3기 강동구청장과 17·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자유한국당 송파갑 당협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의 다음 공판은 7월 16일 진행된다. 당시 집회 주최 측에서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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