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사업자들에게 문제된 약관의 시정조치를 취한 후 개정 때까진 통상 3개월이 소요된다.
이번 시정 요청에서 나온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은 가압류 서비스를 해지 사유로 규정한 조항이다. A증권사 투자자문 계약서에는 ‘고객의 계좌에 가압류나 압류절차가 시작되는 경우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공정위는 가압류는 확정된 권리에 의한 압류나 체납처분, 또는 파산·회생 결정과 달리 채권자의 권리 확정 전 책임재산 보전을 위해 조치하는 임시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계약해지나 서비스 제한 사유로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정위는 고객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약관도 문제삼았다. B증권사의 신용거래약관에는 ‘이 약관에 의한 거래와 관련해 발생된 분쟁에 대해 회사와 고객 사이 소송 필요가 생긴 경우 그 관할법원은 민소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른다’고 돼 있다. 민사소송법은 금융소비자의 주소가 없는 경우 거소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전속관할로 한다.
작년 7월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금융기관에 비해 소송수행 능력이 열악한 소비자의 원활한 권리구제를 위해 금융상품의 비대면 계약과 관련된 소송의 전속관할을 소비자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송 등 문제가 발생해 소송 지연 등으로 고객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약관 조항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 외에도 공정위는 △약관 중요 내용에 대한 통지 수단으로 앱(APP) 푸쉬나 앱 알림 또는 누리집 공지사항에 게재하는 방법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제한·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사업자가 신탁재산을 자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한 조항 등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요청을 통해 불공정약관 다수가 시정돼 증권사 및 신탁사 등을 이용하는 금융거래 고객들의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피해가 예방되고 사업자의 책임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해마다 은행·저축은행과 여신사, 금융투자업자 등 금융기관에서 새롭게 제·개정하는 모든 금융거래 약관을 심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금융위에 은행 분야 불공정 약관 시정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여신사 분야 약관을 검토해 시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