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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인 카너먼 교수는 어린 시절 나치의 탄압을 피해 생활하며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평생 학문적 동지인 에이머스 트버스키 스탠퍼드 교수와 만나면서 인간의 비합리성이 경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연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인간은 항상 합리성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경제학의 전통적 개념을 무너뜨렸다. 인간은 이익과 손실의 크기가 같더라고 인간은 이익으로 인한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괴로움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행동한다는 ‘손실 회피 이론’이 두 사람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들은 복잡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단편적인 정보나 편견(휴리스틱)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너먼 교수는 2011년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원제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을 과신하고, 자기 직관을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은 인지적 노력을 약간은 불편하게 여기고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는 자신의 비합리성을 규명하기 위한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비현실적 개념, 즉 ‘합리적 인간’ 개념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는 ‘합리적 인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의 기초가 됐다. 카너먼 교수도 생전 “나는 행동경제학의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2017년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카너먼 교수와 트버스키 교수를 기리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디딜 수 있는 (거인의) 어깨를 내줬다”고 했다. 엘다 샤퍼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회과학의 많은 분야는 그가 등장한 이후로 전혀 달라졌다”고 카너먼 교수를 애도했다.
이 같은 공로로 카너먼 교수는 2002년 심리학자로는 드물게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심리학의 통찰력을 경제학에 통합해 새로운 연구 분야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카너먼의 학문적 동지인 트버스키 교수는 1996년 세상을 떠나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함께하지 못했다.
카너먼 교수는 트버스키 교수가 사망하자 그 부인인 바버라 트버스키와 말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