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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충남도민에게 약속했던 공약사업들이 전국 공모로 전환되거나 답보상태에 머무는 등 충남 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마를 권유, 민주당이 12년간 독식했던 충남도정을 탈환한 김태흠 충남지사의 정치력이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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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경찰청, 충남도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립경찰병원 분원 부지평가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대구 달성과 경남 창원, 충남 아산 등 3곳을 국립경찰병원 분원 후보지로 선정했다. 충남 아산은 경찰병원 분원 설립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충남도와 지역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병원 분원 설립은 당초 윤 대통령의 충남 아산지역 공약으로 제시한 사업이다. 충남도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아산시 온양온천역 유세에서 국립경찰병원 분원 아산 설립을 약속했다”며 “당선 후 중부권 거점 재난 전문 국립경찰병원 설립이 포함된 충남지역 7대 공약 15대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4월 29일 발표한 충남지역 공약집을 보면 ‘중부권 감염병 및 재난 대응 거점, 경찰 및 대도민 의료서비스 개선 위한 아산 국립경찰병원 설립’이 명시돼 있다. 반면 경찰청은 지난 6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경찰병원 분원 후보지 공모를 냈다. 이에 따라 충남과 충남 아산시는 대선 공약으로 약속 받은 경찰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타 지자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립은 부지평가위원회가 후보지 3곳에 대해 실사를 진행, 연내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의 충남지역 대표 공약인 육군사관학교 이전의 경우 사실상 추진이 멈춘 상태이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대선 공약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육사 출신 국회의원들과 육사 동문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공약이자 김 지사의 공약인 육사 논산 이전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충남 15대 정책과제에 ‘스마트 국방 및 보안산업 클러스터 구축(육사 논산 이전)’으로 명시돼 있다. 국방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육사 이전과 함께 KTX 논산훈련소역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육사를 지키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공약도, 120대 국정과제도 아니다”며 육사 이전 불가론을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육사 이전에 대한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올해 정부 예산으로 편성된 ‘논산 국방교육연구클러스터 조성 타당성조사 용역’조차 집행하지 않는 등 행정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육사 동문으로 구성된 구국동지회 회원 150여명은 지난달 15일 충남도가 준비한 ‘충남 육사 유치이전 정책 토론회’에 난입해 육사 이전과 관련된 논의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에 김 지사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육사 이전과 관련한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태이다. 또 충남지역 12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의 ‘범도민 육사 유치위원회’가 육사 논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와 함께 국립치의학연구원 충남 천안 설립도 현재까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충남지역 공약으로 ‘치의학 연구 기반이 조성돼 있는 천안에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제시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어떠한 입장과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 지자체들이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 공약이 중앙부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추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육사 이전 등은 주무부처가 나서지 않는한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대책은 없고, 오직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대선 공약의 이행여부는 모든 중앙부처를 총괄하고 있는 대통령실이 나서야 하며, 결국 충남지사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