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대법원 판례에 가로막힌 판결에 김 지회장은 “유죄 결론은 아쉽다”며 “대법원 판례를 뒤집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니만큼 행복하게 싸워서 이겨낼 것”이라고 항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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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회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17일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애초 이 사건은 검찰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 지회장은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불복해 ‘무죄’를 주장하며 지난 3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9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왔다.
재판부는 “의료법 입법목적과 관련 규정 내용을 비춰보면 헌법상 의료행위는 질병예방 치료뿐 아니라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포함하는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투 시술은 진피에서 잉크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각종 감염과 화상 피부염, 안과 질환 등 여려 질병이 발생한 사유가 확인되므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여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지회장은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모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했는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회장 측은 해당 연예인이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자가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김 판사는 판결문의 주문을 선고하고 난 뒤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를 꼼꼼히 검토했지만, 기존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법원에서는 타투이스트가 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건은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기계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번에 김 지회장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며 관심을 끌었지만, 이번 1심 재판도 30년 전 대법원 판례를 되짚는데 그친 것. 사법부는 그동안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만 할 수 있도록 판단한 1992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관련 혐의에 대해 처벌했다.
또 김 지회장 측은 의료적 목적이 없는 타투 작업을 의료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타투 시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고 직업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해당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기각했다. 김 판사는 “해당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거나 문신사(타투이스트)의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 측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1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됐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이와 별도로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 제소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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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회장은 1심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기존 판례를 인용할 수밖에 없는 1심 판단은 인지했다”며 “하루면 끝날 재판이었을 텐데 재판부가 10개월간 고민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대법원까지 가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0년 전 대법원 판례를 깨고 전향적인 판결을 받기 전까지 타투이스트는 여전히 ‘잠재적 범죄자’나 ‘전과자’가 된다는 사실에 우려를 드러냈다.
김 지회장은 “타투 작업 동료들은 계속해서 이러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650명 정도되는 타투유니온 조합원 중에 지난 6개월 동안 약 6~7명, 약 1% 정도가 보건범죄단속법으로 기소돼 징역형 위험을 받고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타투 시술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의료법(제27조)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보건범죄단속법(제5조)에 근거해 처벌받을 수 있다. 의료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리 목적’으로 판단되면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가 이뤄진다.
김 지회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보건범죄단속법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 떳떳하게 하고 작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타투이스트들은 목숨을 내놓고 작업을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