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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간 한국에 머물며 우리측 외교안보라인과의 연쇄만남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여러차례 제기됐던 본인의 러시아 대사설을 일축하며, 협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판문점 회동후 2개월간 지지부진했던 북·미 실무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찾은 비건 “北서 듣는대로 협상 준비돼 있어”
비건 대표는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북측의 협상 상대로부터 소식이 들어오는대로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비건의 이번 방한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의 방한이 한미연합훈련 종료 시점과 맞닿아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그동안 수차례 제기돼왔던 비건 대표의 러시아대사설도 일단락됐다. 그는 이날 본인의 거취에 대해 직접 입을 열어 해당 논란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임무를 재차 강조했다. 이를 통해 북핵 협상에 임하는 미측의 변함없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는 러시아 대사를 맡지 않을 것이며, 북한과의 진전을 이루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 만남을 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이뤄낸 4가지 합의사항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북한과 실무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 팀에 제시한 것”이라면서 “나는 이 중요한 임무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고, 이 일을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 역시 “비건 대표의 방한은 아주 중요한 시기에 시의적절하게 이뤄졌다”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대화를 신속하게 재개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의 대화 국면은 그냥 온 것이 아니고 남·북·미 지도자의 결단과 의지에 따라서 만들어 진 것”이라면서 “한·미는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서 이 같은 대화의 전기가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실무협상 늦어도 9월초…中 변수로 떠오르나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 동안 북·미간 물밑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아 보인다. 2박3일간의 빠듯한 일정을 감안했을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물론 2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의 만남 이후 방문 예정인 중국 베이징에서 전격적으로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최근 북한이 중국과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전개될 북미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북한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베이징에서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만났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한 교류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한미연합훈련에 맞서 북·중간 군사협력의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0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에 쌀 80만톤 지원과 관광객수 500만명 확대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대규모 식량지원과 관광 장려 등 북한에 대한 물밑 지원에 나선 셈이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여유를 갖고 임할 수 있게 됐다. 비건 대표가 예정에 없던 중국 방문을 계획한 것도 이같은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미실무협상의 재개 시점은 늦어도 9월초에는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9월 하순 예정된 유엔 총회에서 북미간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협상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면서 “북한이 과거처럼 겉으로 조급함을 드러내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이상 늦춰지면 3차 협상이 어려워진다. 조만간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미국 대선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11월 이후부터 길게는 1년반~2년 정도 북미 협상이 추가적으로 전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성과를 내기는 어렵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북미관계를 만들어놓을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