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10년 넘게 찾아 헤매다가 이제는 그조차 죄를 짓는 것 같아 지난해부터 제사를 지냈는데...이렇게 만나게 되니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신 만난 기분입니다"
15일 오전 11시 30분 부산 금정구에 있는 모 양로원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치매를 앓고 있어 10년이 넘게 자신의 이름과 고향 등 과거의 모든 것을 잃어 버린 채 살아왔던 이 모(70)할머니는 눈 앞에 나타난 아들의 얼굴 앞에서 지워져 있던 기억의 한 가닥을 되살릴 수 있었다.
지난 2000년 대구 달서구에 있던 집에 서 나온 뒤 길을 잃고 헤매다 다음날 부산 남구의 한 놀이터에서 발견된 이 할머니.
주민의 신고로 관할 경찰서와 구청을 거쳤지만, 치매로 자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이 할머니는 행려환자로 분류돼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흐려진 지문으로 인해 신원확인이 어렵자 보호시설 측에서는 2003년 이 할머니의 호적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 사이 대구에 있던 가족들은 이 할머니의 행방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치매 때문에 한 번씩 길을 잃는 적이 있긴 했지만, 그 때마다 인근 파출소나 보호시설에 머무르고 있던 이 할머니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가 사라진 2000년 실종신고를 한 가족들은 8년 뒤 재차 실종신고를 했지만 헛수고였다.
온갖 노력을 기울이던 가족들은 결국 부모에 대한 죄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이 할머니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실종아동 등 관련 보호시설 일제 수색에 나선 경찰이 해당 양로원에서 등록된 호적인 명부를 토대로 지문 감식을 재차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이 할머니의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10년 넘게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부모를 애끓는 마음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은 한걸음에 부산으로 달려 왔고, 이 할머니의 얼굴을 만지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좀처럼 되살리지 못했던 이 할머니 역시 아들의 얼굴을 기억하며 흐려져 가던 흔적을 되살렸다.
12년만의 극적인 가족 상봉을 이루어낸 금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정일환 경사는 "2000년 당시 지문감식 기술이 지금과 같지 않아 신원확인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가정의 달인 5월에 뜻깊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