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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의 큰 결단에도 시장은 잠잠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0.725%를 보였고,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150엔을 넘어서며 약세를 보였다. 그동안 엔화 약세 배경으로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꼽혔으나, 이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으나,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큰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우세해졌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일본은행이 발표문에서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이 계속된다’고 한 것이 달러화 매수와 엔화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시장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위기에 상승했다. 이날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19일) 4만3으로 장을 마감하며 올랐다. 20일은 일본의 ‘춘분날’인 공휴일로 주식장이 열리지 않는다.
19일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단기금리 조작을 주된 정책 수단으로 삼아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적절히 금융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현시점의 경제·물가 전망을 전제로 하면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 환경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가들은 비둘기파적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FX 전략가의 말을 인용해 “BOJ의 정책이 단기금리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향후 금리인상과 인하를 제외하고는 추가 완화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마켓리스크어드버저리 후카야 코지 연구원도 “BOJ의 결정이 매우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정책 선호)로 간주 돼 엔화 가치를 더 하락시킬 수 있다”며 “완화적 입장을 유지한다고 해서 지금부터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투자자들은 정책 전망을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당분간 완화적 금융여건이 양호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이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우에다 총재가 금리와 관련해 오랫동안 유지돼온 컨센서스, 즉 4월 대신 이달에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제 지표가 뒤따른다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여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실질 금리를 보면 양호한 금융 여건이 지속되면서 금리를 올릴 여지가 많다는 점도 존재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의 2월 인플레이션 추정치는 2.9%였는데, 이는 최근 실질 금리로는 -2.8%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행보를 보일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 임금 인상 등의 수치가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야카와 히데오 전 BOJ 이코노미스트는 “우에다 총재의 매우 신중한 성격과 이사회 내 합의 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책 정상화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 아사이 마사오 카프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대표도 “월간 현금수입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량 갭 등을 보면서 6개월마다 다음 행보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까지 금리를 0.25% 인상한 뒤 25년 만에 한 번, 두 차례 비교적 천천히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들의 임금협상이 중요한 전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완화 기조에서 벗어난 결정도 물가상승률, 임금인상 등 선순환 경제 사이클 실현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노 류타로 이코노미스트는 “환율과 4월 이후 인건비가 물가에 어떻게 전가되느냐에 따라 2차 금리 인상이 7월로 앞당겨질 위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