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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1월 서울중앙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김지혜 부장판사)는 법무부가 HDC현산 등 건설사 4곳을 상대로 제기한 약 21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법무부) 일부 승소판결했다.
이들 건설사 4곳은 2010년 국토해양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화양~적금 3공구 도로’ 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공사비는 총 1296억원 규모다.
입찰은 설계·시공 일괄공사 입찰방식으로 2011년 3월 실시됐으며, 설계점수 65%, 가격점수 35%의 ‘가중치 기준방식’으로 낙찰자가 결정됐다.
4개 건설사 부장들은 투찰을 앞둔 시점에 만나 서로 경쟁을 자제하기로 한 뒤, 예정가격의 95%가 안 되는 수준에서 투찰률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각사의 투찰률은 무작위 추첨으로 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이 4곳 가운데 가장 낮은 투찰률인 94.8%를 뽑았고, 이후 실제 입찰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은 1296억원 짜리 공사를 1229억원(공사비의 94.8%)에 따냈다.
이후 2012년 1월 입찰에 참여했으나 낙찰자로 선정되지 않은 3개 건설사에 입찰특별유의서에 따라 각각 8억~8억9000만원씩 약 26억원이 설계보상비로 지급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사전에 투찰률을 합의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건설사 4곳에 총 109억원의 과징금(포스코건설 약 42억원, 현대산업개발 약 29억원, 대우건설·대림산업 약 19억원)을 부과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당시 부장검사 한동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해당 담합 건을 수사해 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2개 업체 법인과 담합을 주도한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당시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검찰 형사처벌은 모면했으나 부당이득금 반환을 위한 법무부의 민사소송 대상에는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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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은 “공사 난이도가 매우 높았음에도 추정공사비가 상당히 낮게 책정돼 있어 추정공사비 대비 95% 이상으로 낙찰돼야만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였다”며 “담합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투찰률이 95%로 형성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공동행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건설사들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독자적으로 투찰가격을 정해 투찰해야 함에도 사전 협의로 실질적인 경쟁 없이 투찰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경쟁입찰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실지급 공사대금 기준 손해액을 약 188억원으로 판단, 공정위 과징금 등을 고려해 손해액의 70% 수준인 약 131억원을 배상액으로 계산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손해배상액이 높게 산정돼 항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공동 대응하고 있어 항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