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정진상에 9000만원 진술, 사실 그대로다"

김인경 기자I 2023.06.09 20:43:27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2013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게 9000만원을 건넸다고 내놓은 진술이 검찰 측 질문에 따른 것이란 지적에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9일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뇌물 수수 등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본부장의 건강 악화로 지난달 16일 이후 약 3주만에 열린 이날 재판에서는 그에 대한 정 전 실장 측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정 전 실장 측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9000만원을 받아 정 전 실장에게 건넸다고 한 진술에 대해 집중 캐물었다. 지난해 남 변호사는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9000만원을 받자마자 다른 방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 된 2021년 10월 남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바탕으로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개인 채무 변제를 사유로 3억원 상당을 요구했는지 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그냥 네가 3억원 정도 해줄 수 있느냐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왜 필요한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처음에 남욱이 2주 만에 3억을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돈도 적었다”며 “정진상은 돈이 없는 사람과 거래하지 말라고 얘기했기에 가급적 빨리 만들라고 한 말”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이 “9000만원이 전달됐다고 추정되는 당일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에서 남 변호사가 ‘9000만원을 얘기했더니 (유 전 본부장이) 인상을 쓰더라’고 말했다. 맞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에게 1억원을 줘야하는데 9000만원을 주니 기분이 상했다”고 답했다.

이후 정 전 실장 측 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정 전 실장과 함께 일식집으로 들어갔고, 남 변호사가 돈을 가져왔던 때에도 옆방에서 정 전 실장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정 전 실장 측은 당시 정 전 실장이 머물렀던 방의 위치 등 집중적으로 물었는데 질문 끝에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에게 돈을 줬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한 적이) 기억상으로는 없다”고 답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말 피의자 신문조서를 제시하며 “당시 증인은 남욱의 증언을 보고 정진상에게 9000만원을 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어 “전날 남욱의 증언을 보고 검사가 그에 맞춰 제시하니 9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이 아니냐, 자발적인 기억이 아닌 남욱의 증언을 듣고 검사로부터 질문을 받고 시인하듯이 진술한 것”이라고 다그쳤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사실 그대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구치소에서 나와 한 말이 있다. 본인들이 지은 죄는 본인들이 받고, 내가 지은 죄는 내가 받겠다”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오는 13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신문을 한 차례 더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정 전 실장은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에게 대장동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약 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약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맡으며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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