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책임' 공방 속 우상호 비대위 출범…첫 과제는 '원팀'(종합)

이상원 기자I 2022.06.10 19:31:54

우상호, 중도 성향…`계파 색 옅다` 평가
당 내홍 잡기에 `관리형 비대위` 불가피
친명·친문 간 `전당대회 룰` 갈등 봉합해야
`대선·지방선거` 평가…물리적으로 불가능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윤호중·박지현` 호(號)가 닻을 내린 지 8일 만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파고 속 민주당의 키를 잡았다. `혁신형 비대위`를 꿈꾸는 우 위원장이지만 당장 당내 불협화음을 내는 계파 간 갈등 봉합이 최우선 과제로 놓여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관리형 비대위`로 노선을 틀어야 하는 불가피한 형국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당직자들과 면담 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계파색 옅은 `우상호`…당내 수습할까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10일 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 구성 인준 및 추가 구성 권한 위임의 건을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총투표자 452명 중 찬성 419명(92.7%), 반대 33명(7.3%)로 `우상호 비대위`는 큰 이견 없이 출범했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 주재로 개최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시작으로 선수별 의원 모임·시도당위원장과 원외 위원장 간담회 등을 거쳐 비대위원 구성에 대한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기에 지난 비대위원장 선임처럼 큰 비판의 목소리는 없었다.

이에 더해 각 선수를 대표하는 (한정애·3선, 박재호·재선, 이용우·초선) 의원과 원외 인사(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 등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해 대표성 또한 갖췄다는 평가다. 아직 뽑히지 않은 청년·여성·기타 등 3인의 몫은 비대위 논의를 거쳐 지명할 방침이다.

우 위원장이 선임된 가장 큰 배경에는 당내 `중도 성향`이라는 점이 있다. 4선을 지내오는 동안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중립적인 리더십으로 당내 중진의 역할을 잘 도맡아 왔다는 평가가 크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현재 계파 다툼 속 당내 다양한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적임자 중 한 명”이라며 “혁신도 급하지만 당내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정리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 앞에 가장 먼저 놓인 숙제는 당내 이견 조율이다. 6·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책임론`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친문(친문재인계) 간 공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無)명분·무(無)연고` 출마를 문제 삼으며 “혼자만 살고 다 죽었다”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 이 의원에 대한 날 선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 의원의 측근들은 적극 비호를 했다.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인 민형배 의원은 “피를 흘리는 동지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고 반박했고, 김남국 의원은 이른바 `이재명 죽이기` 도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갈등의 골이 좁혀질 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는 8월 전당대회를 두고 양측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어 우 위원장의 내홍 봉합 과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인준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더 노력해서 건강한 토론의 장을 많이 만들되 계파 갈등으로 비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진행하고 있다”며 “내일 이후 계파 갈등의 발언이나 논쟁들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권 놓고 전쟁 심화…`원팀` 이룰까

우 위원장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공정한 전당대회 룰(Rule) 설정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은 2024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의 `공천권`과 직결되기에 계파 간 신경전은 더욱 곤두선 모양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현행 40%의 권리당원 비중을 늘리고 신규 당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친문계에서는 이를 반대하며 오히려 일반 여론조사 10%를 더 늘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 위원장은 룰 변경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당 국면이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논쟁이 벌어지다 룰 문제로 넘어간 것인데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서 조속히 정리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룰이라는 것은 전당대회에 나오는 분들의 이해관계와 연관돼 있다”며 “한쪽 편을 들어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룰 변경이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때문에 신(新) 비대위에 맡겨진 `대선·지방선거`의 패인 분석과 혁신까지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비대위는 별도 기구를 설치해 선거 패배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비대위에 산적한 과제에 일각에서는 `원팀` 마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사실 계파 간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당분간 물밑으로 이뤄지는 신경전을 우 위원장이 잘 파악해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도 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계파색이 가장 옅고 다양한 계파와 충분히 대화할 사람이란 점을 주요 고려 사항으로 해 저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무거운 책임감 갖고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우상호 비대위`는 이날 만찬을 통해 첫 상견례를 갖고 향후 비대위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등원을 하며 의원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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