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당국 수장, 비트코인 옭죄기?…업계 "명확한 규제 환영"

이정훈 기자I 2021.03.03 11:19:49

겐슬러 SEC 위원장 지명자, 청문회서 "투자자 보호 필요"
"빠르게 진화하는 가상자산에 가이던스·명확성 제공할 터"
`증권 아니다` 결론 난 비트코인·이더리움 외 코인에 적용
파생상품에 메스-대학서 가상자산 강의 `아리송한 겐슬러`
"시장 잘 이해하는 만큼 업계가 원하는 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기용된 게리 겐슬러 지명자가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을 옭아매는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애매모호하던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당국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처음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지명자


겐슬러 SEC 위원장 지명자는 2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가 주최한 인준 청문회에 출석, “비트코인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인 만큼 (SEC가 나서) 그에 대한 가이던스와 명확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겐슬러 지명자는 이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해 “변화를 위한 촉매”라고 지칭하면서 “이는 지급결제에 있어서 새로운 사고를 가져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가 개입해야 할 새로운 투자자 보호 이슈를 낳기도 했다”며 장·단점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에 따라 그는 “투자자 보호를 보장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촉진시키는 일을 동시에 해야할 것”이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SEC는 가상자산에 부합하는 별도의 법제나 규정을 채택하지 않고 있어 개별 기업이나 개인에 따라 대응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겐슬러 지명자도 “SEC가 (가상자산에 대해) 가이던스와 명확성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때때로 그런 명확성이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비난을 들을 수도 있지만 그런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가상자산업계에서는 SEC 측에 가상자산들이 증권거래법에 어떻게 들어 맞는지에 대한 명확성을 요구해왔다. SEC는 명확한 규정 없이 단지 제이 클레이튼 전 SEC 위원장이 별도의 강연 자리에서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조달이 대부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정도였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이 만든 분산형 자산인 비트코인은 SEC가 규제하는 증권거래법에서 면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SEC도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해서는 “(증권거래법 규제 대상이 되는) 증권(Security)이 아니다”고 공식 판단했다. 다만 리플(XRP) 코인에 대해서는 미등록 디지털 자산증권으로서 자금을 조달했다며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그러나 겐슬러 지명자는 앞서 지난 2018년 한 컨퍼런스에서 “기업들이 만들고 발행한 디지털 화폐의 경우 증권거래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강력한 사례가 있다”며 리플이나 이더리움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더리움에 관한 한 SEC와는 의견을 달리하는 셈이다.

특히 겐슬러 지명자는 과거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면서 월가 금융회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다만 CFTC 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관련 강의를 하면서 친(親)가상자산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공화당 추천으로 SEC에 들어온 헤스터 피어스 집행위원은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하게 규제를 주장해 왔는데,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겐슬러 지명자가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을 업무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과 투자자들이 점점 디지털 자산을 더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규제를 명확히 하는 일은 더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매튜 컬킨 스텝토우&존슨 금융서비스그룹 공동 대표는 “겐슬러 지명자가 이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전 클레이튼 위원장 당시와 달리 업계가 원하는 규제의 확실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