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대기업에 퇴직자를 채용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찬(63)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는 26일 업무방해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위원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업무방해 외에도 뇌물수수·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받는 김학현(62) 전 부위원장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이 선고돼 구속이 유지됐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공정위 간부들의 경우 △노대래(63) 전 위원장 무죄 △김동수(64) 전 위원장 무죄 △지철호(58) 부위원장 무죄가 각각 선고됐다. 다만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신영선(58) 전 부위원장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기업 의사와 무관하게 공정위 요구·요청에 의해 퇴직자를 채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정위) 퇴직자의 나이와 퇴직사유 등에 비춰보면 기업으로서는 자발적으로 이런 퇴직자를 채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판단돼 위력 여부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 전 위원장이 기업 의사에 반해 자리를 요구하고 취업시킨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이 있었다고 본다”면서 “김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기간과 횟수에 비춰 죄질이 좋지 매우 안 좋고, 친분관계에 있던 기업 대표에게 자신의 딸을 취업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한 신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동정범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전 위원장 등은 대기업 16곳을 압박해 공정위 퇴직 간부 18명을 대기업에 채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민간기업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취업한 퇴직 간부들이 매년 최고 3억5000만원에 이르는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본다. 업무방해 공소시효 7년에 해당하는 기간 이들이 받은 급여 총액은 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대기업에 편의제공 대가로 자신의 자녀를 취업하도록 한 혐의(뇌물수수)도 추가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