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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단식까지…국민대 등 사립대 `총장직선제` 요구 확산

신하영 기자I 2019.05.22 14:22:10

국민대 총학 직선제 촉구하며 단식농성 돌입
"후보 5명 중 이사회가 선임…비전·공약도 깜깜이"
연대·숙대 등도 총장선출 시 ‘학생참여’ 주장
교육계 “직선제 도입 시 파벌싸움 등 우려”

국민대 총학생회가 지난 20일 국민대 본부관 앞에서 총장직선제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배 총학생회장의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사진=국민대 총학생회 SNS)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가에 총장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학생회장이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한 곳이 있는가 하면 총장 선출과정에 학생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사립대 기준 연간 740만원에 넘는 등록금을 내고도 총장 선출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학생들의 불만이다.

다만 일각에선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이 대학 혁신을 밀어붙이기 어렵고 선거 때마다 파벌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사립대 총장직선제 요구 목소리 확산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소재 사립대를 중심으로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민대다. 이 대학 교수회·총학생회·총동문회는 지난 21일 민주적 총장선출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학교법인이 구성원 동의 없이 진행하고 있는 총장 선출 절차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교수회·총학생회·총동문회는 민주적 총장 선출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학 이준배 총학생회장은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 20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상태다. 이 회장은 “학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 도입을 촉구한다”며 “법인이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임기만료를 7개월 앞두고 이사회에 사의를 밝혔다. 10·11대 총장을 연임한 만큼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후임자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17일까지 총장후보자 지원 서류를 제출받은 학교법인은 다음달 20일까지 차기 총장 선임을 완료할 계획이다.

국민대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학교법인이 총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총추위 심의를 진행한 뒤 후보 5명을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 중 한 명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총추위에는 교수 8명, 법인이사 3명, 외부인사 2명, 직원·동문이 각 1명씩 참여한다. 총장 선출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은 없는 셈. 국민대 총학생회는 “밀실에서 총추위만 총장 후보자에 대해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후보자들의 비전이나 공약을 알 수 없다”며 현 총장선출제도를 비판했다.

국민대에 이어 숙명여대도 오는 23일 전체 총학생회를 열고 학생 참여가 보장된 총장직선제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 대학도 교수회의에서 2배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들 중 한 명을 총장으로 낙점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연세대에서도 학생들이 총추위 학생 위원 수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립대 이미 총장직선제 부활 본격화

사립대를 중심으로 총장선출과정에서의 학생 참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총장직선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총장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80여개 대학으로 확산됐지만 그 폐해가 지적되면서 한 때 폐지될 위기를 처했었다.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은 총장선출 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직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선심행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대학 발전에 필요한 학사개편이나 구조조정도 교수·직원이 반대하면 엄두를 내지 못하며 선거철마다 파벌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에는 전체 국립대를 대상으로 교육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여 모두 간선제로 바꾼 일도 있었다. 직선제를 고수할 경우 대학평가나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부 국립대가 직선제 부활을 시도했지만 교육부는 그 때마다 재정지원 중단을 내세워 이를 차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8월 국립대 총장선출방식을 각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후 새 총장이 선임된 제주대·군산대·한국교통대·충북대·한밭대·목포대·전북대·한국체육대 등 8곳은 모두 직선제로 총장을 뽑았다. 교육부는 향후 총장 교체기가 도래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국립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교수사회만 혜택” 우려…학생참여 늘려야

현재 사립대 중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은 전체의 6% 수준이다. 지난해 이창현 국민대 교수가 교육부로부터 발주를 받아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32개 대학 중 고려대·대구대·성신여대·숙명여대·조선대·한국외대 등 6곳만 총장직선제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화여대와 조사 시점 이후 직선제를 도입한 상지대를 포함해도 8곳(6%)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745만6800원으로 국공립대(416만2100원)보다 1.8배 비싸다. 사립대 학생들 입장에선 연간 745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총장 선출 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해도 교수들의 투표권이 더 크기 때문에 정작 학생들은 정책적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도 총장직선제를 고수했던 부산대의 투표반영비율은 △교수 87.4% △직원 9.6% △조교 1.6% △학생 1.3%였다. 학생 67명의 표와 교수 1명의 표가 같은 영향력을 갖는 것.

한 교육계 관계자는 “총장직선제는 총장 선출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교수사회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이며 오히려 교수 간 파벌싸움 등으로 부작용도 크다”며 “학생 참여비율을 높이지 못하면 직선제를 도입해도 교수사회에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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