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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 준비 단계서 오염 추정"…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 구멍(종합)

이연호 기자I 2017.12.26 17:02:40

"수액 자체 오염 가능성 낮아" 의료인에 의한 감염 가능성
복지부 이대목동병원 상급종합병원 지정 보류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집단 사망한 신생아들에게서 나온 항생제 내성균이 수액 주사에서도 검출됐다. 이대목동병원의 감염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의 혈액에서 검출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균이 이들에게 투여한 완전정맥영양약제(TPN)에서도 검출했다고 26일 밝혔다. TPN은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지방산 및 열량을 공급하기 위한 주사제다. 혈액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검출된 사망 환아 3명 모두 중심 정맥관을 통해 TPN를 투여받았다. 질본은 의료인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TPN이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정혜원 병원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전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이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본은 수액 완제품에 의해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TPN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전체 미숙아 16명 중 5명에게 지난 15일 투여했다. 이 중 4명은 하루 뒤인 16일 사망했다. 보건 당국이 주사제 자체 오염보다는 주사제를 나눠 투약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의 손 등에 의한 감염을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본 관계자는 “TPN은 약제실에서 완제품을 신생아중환자실로 올려 보내 준비실에서 개별 환아별로 약제를 준비한다”며 “이 약은 특별히 조제를 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큰 병에 든 약제를 나눠서 투약하는 단계에서 오염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질본은 구체적 감염경로에 대해 현재까지는 추정일 뿐이며 신생아 사망과 감염과의 관련성은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에서 관련 조사중이기 때문에 감염경로를 확정해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다행히 4명의 사망 환아들과 같이 입원했다 전원 및 퇴원한 12명의 환아들에게선 특별히 감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질본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에 함께 입원했던 12명의 환아에 대한 미생물 배양검사 결과 병원을 옮긴 환아 9명(퇴원아 3명 제외)에 대한 혈액배양 검사와 전체 12명의 대변배양검사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관련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전원 및 퇴원한 신생아 12명 중 9명의 환아와 신생아중환자실의 환경검체(인큐베이터, 모포 등)에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됐다. 9명 중 8명은 동일한 유전형의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됐으며 나머지 1명에 대해선 현재 분석 중이다.

질본은 환아 9명에 대한 검사 결과를 주치의에게 알려 격리 등 감염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사고 당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된 9명의 신생아 중 4명은 퇴원했다. 나머지 5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입원한 상태다. 전원 및 퇴원한 환아 12명에게 현재 감염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건강상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와 질본은 전국 의료기관에 신생아중환자실 등의 병원감염관리를 강화토록 요청하고 신생아중환자실 안전점검 실시 결과에 따라 관련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전국 42개 의료기관을 제 3기(2018~2020)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면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보류했다. 신생아중환자실 일시 폐쇄 등으로 현 시점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의 의견에 따른 결정이다. 상급종합병원은 필수지정기준으로 의료기관 인증을 유지하고 시설규격을 갖춘 신생아중환자실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사망 원인 등이 밝혀진 이후 지정 여부를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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