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株 급등 VS 김무성株 급락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이 약보합권에 맴돈 가운데서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일제히 급등했다. 대표이사가 반 총장의 외조카로 알려진 지엔코(065060)와 반 총장과 막역한 관계인 임원이 속해있다는 성문전자(014910), 남북경협주인 재영솔루텍(049630)은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4개 종목 중 3개가 반기문 테마주였다. 또 반 총장 동생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보성파워텍(006910)(13.96%)과 반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광림(014200)(9.76%), 광림이 최대주주인 쌍방울(102280)(7.84%), 한창(005110)(6.67%), 일야(058450)(7.32%), 씨씨에스(066790)(9.95%)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반기문 테마주 급등은 방한한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염두에두고 있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반 총장은 전날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대권 도전에 관한 질문을 받자 “내년 1월1일이면 유엔 여권이 가진 사람이 아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그 때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해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말할 때와 사뭇 다른 태도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주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여권내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연관있는 테마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반 총장이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김 전 대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김 전 대표 부친이 설립한 회사인 전방(000950)은 전날보다 13.87% 급락했고 대표가 김 전 대표와 고교·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김무성 테마주로 분류된 체시스(033250)도 6%대 낙폭을 보였다. 이밖에 엔케이(085310)(-8.6%)와 디지틀조선(033130)(-7.68%) 등도 약세를 보였다.
◇실체 없는 정치테마株…“묻지마식 투자는 실패확률 커”
정치테마주 대부분은 해당 정치인과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드러내놓고 “테마주는 다 사기”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가 자신의 정치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과 다른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선진국에도 정치테마주는 존재하지만 한국 증시에 유난히 묻지마식 투자가 많다”며 “자신의 정치색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정치에 관한 개인적 발언이 금기시되고 정보가 거의 없어 실체가 없는 정치테마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특별한 모멘텀 없는 장세가 지속되는 점이 정치테마주로 몰리는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려는 묻지마식(式)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체가 없는 만큼 단기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정치테마주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0번을 투자해서 9번을 수익을 올렸어도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비정상적인 거래에 함부로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