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제유가 하락 수혜주로 부각되며 잘 나가던 대한항공이 멈춰섰다.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논란 확산이 그룹 이미지 악화와 호텔 프로젝트 무산 우려로까지 번지면서 상승세에 발목이 잡혔다. 반면 대한항공의 경쟁사로, 또 다른 유가 하락 수혜주인 아시아나항공은 오히려 상승세를 키우며 대조를 이뤘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이날 거래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가까스로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가파르게 진행되던 상승세도 중단됐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이익 개선 기대로 52주 신고가 경신 행진을 벌이던 대한항공의 강세를 가로막은 것은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리턴 논란 확산이다.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에도 비난 여론이 식기는커녕 ‘재벌 3세로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오히려 커지면서 대한항공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외신에서도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여서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며 “그릇에 담지는 않고 봉지째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그릇에 담아내지 않았다면서 승무원에 대해 질책한 것을 비꼰 것이다.
참여연대가 조 부사장을 업무방해와 항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는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여기에 이번 논란으로 대한항공의 숙원인 경복궁 인근 특급호텔 건립 사업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한항공을 둘러싼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 이날 장중에 정부가 대한항공의 호텔 프로젝트에 대해 불가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주가는 갑작스럽게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은 관련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종로구청, 중부교육청이 결정할 사항인 만큼 청와대와 정부에서 허용이나 불허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여론 악화를 고려할 때 관계 당국이 당분간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을 허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이 주춤한 새 아시아나항공(020560)은 보란듯이 상승했다. 전날보다 7.69%(460원) 오른 6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부터 사흘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단숨에 20%가량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