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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취임 100일]김중수 지우기 논란 당황하지 않고 친정체제구축 끝

김남현 기자I 2014.07.08 17:15:00

박승 “중립적·합리적·독립적 한은전통 잇자”·이성태 “능소능대(能小能大)” 주문
김대식 전금통위원 실세총리에 휘둘리면 안돼..김정식 경제학회장 저성장감안 통화정책펴길

[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각각 한 번의 부총재 인사, 학회 세미나 축사, 언론사 포럼 환영사, 국제컨퍼런스 개최, 각각 두 번의 국실장 인사, 출입기자 간담회, 세 번의 기준금리 동결, 네 번의 국제회의 참석, 다섯 차례의 전문가 조찬간담회, 그리고 경영개선 태스크포스(TF)운영’

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주요 대내외활동 기록이다. 이 총재 출범 100일은 어수선했던 조직분위기를 일신하는 기간이었다.

◇조직 친정체제 구축 마무리 단계

지난 100일간 이 총재가 역점을 둔 것은 인사로 사실상 친정체제 구축이다. 전임 김중수 총재가 단행한 조직개혁이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요소 역시 만만치 않았던데 따른 조직정비 차원이라 볼 수 있다. 이 총재가 김 전 총재시절 부총재로 퇴임할 당시 퇴임사를 통해 조직개혁과 관련해 한은 고유가치가 부정되는 것에 대한 비판을 했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취임 이틀만인 4월3일 일부 국실장 인사를 단행했다. 5월9일엔 박원식 부총재가 사실상 유례를 찾기 힘든 중도사임을 하면서 이 총재의 김 전 총재 지우기 논란은 극에 달했다. 몇몇 부총재보들이 중도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때 나돌았다.

지난달 18일 단행한 국실장 및 부서장 인사에서도 이 총재와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의 금의환향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김 전 총재시절 조직개혁 명분하에 외곽으로 밀렸던 인사들이다. 소위 올드보이(Old Boy)들의 귀환이었지만 능력을 안팎으로 인정받았던 인물들이었던 만큼 한은 내부는 환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김중수 키즈(Kids)로 분류되던 인사들의 잔류와 취임초 사실상 좌천됐던 인물의 보직 임명으로 화합형 인사라는 평도 받았다. 당시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자료를 통해 “지난 64년의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간 불신과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 총재와 1977년 입행동기이자 후배로 오랜기간 손발을 맞췄던 장병화 외국환중개 사장이 부총재로 복귀했다. 지난 4일엔 강태수 부총재보가 용퇴하면서 이 총재가 구상하는 인사의 밑그림이 완성단계 직전에 와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조직개편과 조직안정에 주안점을 둬왔다. 경영개선 TF도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였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깜빡이 논란엔 화들짝..7월 금통위 사실상 첫 시험대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강화에도 역점을 뒀다. 다만 4월 첫 금융통화위원회와 이후 미국 위싱턴 기자회견, 그리고 5월 금통위까지 “기준금리의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위 ‘깜빡이(인상신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총재는 6월 금통위에서 이에 대해 사실상 해명하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6월 금통위 다음날인 13일 출입기자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 그는 “소통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성장을 중시하는 최경환씨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때마침 일부 정치인과 경제전문가들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채권시장 또한 시장금리를 1년여만 최저치까지 떨어뜨리며 한은을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 7월 금통위가 하루 앞으로(10일) 다가온 가운데 이같은 정치권과 시장의 압박을 이 총재가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본격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총재·경제전문가 “잘하고 있고 잘할 것” 기대

이 총재 취임후 인사 문제로 한은이 술렁이고 어수선했다는 점에 대해 전임 한은 총재와 경제전문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가피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그간 한은이 술렁이고 어수선했다. 김 전 총재가 들고 나면서 어수선했던 한은을 정상화시켜야 할 책무가 이 총재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저런 굴곡이 있었지만 정상적인 한은 상태로 원상 복귀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겸 연세대 교수도 “부총재보 인사가 남아 있으나 (그간) 본인이 일할 수 있도록 인사와 조직을 정비했다”고 평했다.

반면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할 말은 있겠으나 적합지 않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전 금통위원인 김대식 한중금융경제연구원장도 “100일로 평가하긴 그렇다. 6개월 정도는 지나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 총재에 대한 조언이나 바람과 관련해서 이 전 총재는 능소능대(能小能大)라는 사자성어를 빗댔다. 그는 “크게 볼 때는 크게 보고 일을 잘해야 한다. 크게만 보다보면 작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유능한 사람은 작은 일을 할 때도 말끔히 일처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총재도 “한은에 자랑스런 전통이 있다. 정치나 사회 여론에 영향 받지 않고 오직 한국경제만을 생각하고 소신대로 일 해가는 것, 중립적이면서 합리적인 정책집행과 인사처리, 그리고 정부와 협조는 하지만 확고한 독립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전 금통위원 또한 “새로운 경제팀 출범으로 금리인하 압박이 많다. 허나 중앙은행은 중립성을 견지하고 신뢰성을 제고시켜나가야 한다. 실세 부총리라 하나 휘둘리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김 학회장은 인플레이션 시대와는 다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 출구전략이 내년에 있더라도 세계가 과거와 같은 인플레시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저성장기조가 지속되는 경제 환경 변화에 맞는 통화정책의 룰에 대한 검토와 여건 변화에 맞는 통화정책을 펴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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