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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해외사업 '짠돌이 전략' 편다

정수영 기자I 2013.10.28 18:05:57

성장보단 내실 다지기 나서
고부가가치 사업에 주력.. 기간 지켜 목표 원가 달성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해외 건설사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적 성장 위주의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내실다지기에 치중하자는 반성 차원이다.

특히 올해 실적 발표에서 해외 건설사업 손실을 여실히 드러낸 건설사들은 앞으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업에 접근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퇴출시킬 방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내년 해외 사업 방향은 ‘내실’이 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까지 해외 사업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해외 수주사업에 수익률을 따져가며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며 “2015년까지는 기존에 따낸 공사에 만전을 기하면서 경영기반을 튼튼히 한 다음 2016년 재도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1~3분기 1조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냈다.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197억원, 88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영업 적자 규모가 7467억원에 달했다.

2009년부터 해외 사업 분양을 확대했던 GS건설은 지난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1047억원의 적자를 봤다.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지난 6월 경영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GS건설은 이에 따라 해외 사업의 기본 방침을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으로 방향 전환했다. 공사기간 준수와 목표 원가율 달성에 주력, 내실화를 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거점지역인 동남아와 중동지역에 공무·구매 지원 조직을 신설, 수행 부문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공사 수행능력 강화를 통한 공사기간 단축 등을 위해서다.

SK건설은 해외 사업 저가 수주를 지양하는 대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개발형 사업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TSP 사업’이다. SK그룹 관계사들의 역량을 모아 신규 프로젝트 개발부터 기본 설계, 유지 관리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도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가스플랜트에서 1500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올해 상반기 2618억원의 손실을 냈다.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지난 9월 사재 출연키로 하면서 사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영업 손실이 가장 컸던 곳은 2009~2011년께 발주 물량이 집중된 중동 지역이다. 우리나라 건설사들끼리 경쟁이 붙다보니 저가 출혈경쟁이 심해 결국 적자 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GS건설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즈 정유공장 확장 공사에서만 405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당시 수주한 공사 부실 문제는 내년에도 계속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건설사업으로 인한 부실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큰 40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복남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기 지연과 공사 지체보상금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공사 규모는 최소 40억700만달러에서 최대 195억6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다만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해외 건설사업이 한발짝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화기획실 실장은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사업은 현재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이 위기를 잘 넘기면 한 걸음 앞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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