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25일부터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 등이 CCTV 설치비를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법상 수술실은 필수시설이 아니다. 수술실 개수도 의료기관장의 재량에 달린 거라 CCTV를 달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의료현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267명 중 93.2%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반대했다. ‘CCTV를 달아야 한다면 수술실을 폐쇄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절반이 넘는 5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암이 임파선에 전이됐을 땐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위험한 수술”이라며 “CCTV로 보고 있다고 하면 과연 누가 소신껏 치료할 것이며 제대로 된 치료가 되겠냐”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5일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상태다.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 대안(중복 응답)으로 △대리수술 처벌 강화 추진(64%)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39.8%)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의무화(39.2%) △자율정화 활성화(20.5%) 등을 제시했다.
이필수 회장은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동료와 이야기했을 때 ‘이제 전신마취를 해야 할 환자들은 상급 병원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지금까지 1·2차 병원들이 어느 정도 수술을 감당해 왔는데 이제 다 대학병원으로 보내면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단체도 촬영된 영상 보관기간이 ‘30일’로 짧고,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촬영 거부사유로 응급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목적 저해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CCTV를 촬영이 환자가 요청해야만 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며 “환자가 얼마나 신청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시행 초기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