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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온 기술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기술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 133년 내연기관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진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진 신기술 ‘CVVD’…성능↑·연비↑·배출가스↓
현대·기아차는 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신기술 미디어 설명회에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CVVD는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엔진의 작동 상태에 따라 가변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운전 조건에 맞춰 흡기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최적화해 실린더로 유입되는 공기량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가변 밸브 기술은 밸브가 열리는 시점이나 양만 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CVVD는 엔진의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의 여닫는 타이밍을 최적화하기 때문에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고 배출가스도 줄일 수 있다.
‘콜럼버스 달걀’과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구현해낸 이 신기술은 이미 미국과 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각각 100여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CVVD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해 개발을 이끈 하경표 가솔린엔진2리서치랩의 연구위원은 “CVVD 기술을 적용하면 출력 성능은 4%, 연비는 5% 좋아지고, 배출가스는 12%까지 줄어든다”며 “성능과 연비 향상, 배출가스 줄이기 등 상충하는 3가지 난제를 동시에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극복하는 것은 언제나 신기술과 신제품이다. 현대기아차는 연비 규제 강화에 대응하면서 보다 성능 높은 엔진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하 연구위원은 “신기술 개발 기간만 총 4년, 투입한 인력은 200여명으로 ‘안 되는 것은 되게 하라’는 현대·기아차만의 특유의 DNA(유전자)가 발휘됐다”며 “부품 협력사도 기술력이 함께 올라가 야해 협력사에 대한 투자와 함께 경쟁력 향상에 힘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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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이날 CVVD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엔진은 배기량 1598㏄의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의 성능을 구현했다.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저압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LP EGR)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2년의 테스트와 신뢰성 검증을 거쳐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쏘나타 터보를 필두로 앞으로 기아차 K5와 스포티지, 현대차 투싼 등 고성능 터보 모델에 차례로 적용할 예정이다. 최광순 가솔린엔진성능시험팀 팀장은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이 탑재된 신형 쏘나타 터보는 기존 모델보다 공인연비는 1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가솔린 터보 1.6 모델 연비가 ℓ당 12.8~13.0㎞인 점을 고려하면 신형 쏘나타 터보는 14.0~1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는 CVVD기술을 적용한 엔진을 2000~3000㏄ 등 고(高) 배기량에도 탑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종섭 가솔린엔진설계실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은 1.0부터 3.0까지 개발하고 있다”며 “CVVD 확대 적용은 처음부터 전 차종에 하기에는 위험요소가 있어 앞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신기술 개발이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앞으로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지속 개발해 자동차의 성능과 상품성 향상은 물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