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에서 가상통화 ‘비트코인’이 진짜 ‘돈’으로 자리매김한다.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사고팔 때 내야하던 소비세가 완전히 없어질 전망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부와 금융기관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살 때 드는 소비세 8%를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 연말께부터 자민당이 세제조사위원회를 열고 이를 확정하면 내년 봄부터 소비세가 없어질 예정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상통화로 현재 가상통화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시가총액(총 가치)도 100억달러 수준이다. 전세계 1300만명이 사용하며 최근 2년간 사용자가 3배 이상 늘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8%의 소비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 수수료 등도 부가된다. 그러나 비과세 대상이 되면 소비세가 내려갈 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세금을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든다. 한 비트코인 사업자는 “사무적인 작업이 줄어들어 거래가 훨씬 원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에 비과세를 적용하고 소비세를 폐지해 비트코인을 디지털에서만 쓰는 교환수단이 아니라 ‘화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핀테크 육성 정책과 함께 비트코인 등 전자화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월 가상통화 거래업체를 등록제로 승인하는 내용의 개정 은행법을 만드는 등 비트코인 관련 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다. 이에 일본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비시 도쿄 UFJ은행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출자키로 한 바 있다.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쓰는 일본 업체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레쥬프레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지불할 수 있는 점포는 지난 9월 말 기준 2500개 수준이다. 지난해 9월보다 4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레쥬프레스는 올해 중 비트코인으로 전기세를 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만 비트코인은 다른 전자화폐와 달리 항상 가격이 변동한다. 현재 1 비트코인은 6만4000엔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지난 8월 초만 해도 5만4000엔선에서 거래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터졌던 지난 6월에는 1 비트코인 당 8만엔 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주식같이 투자목적으로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같이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위해 비트코인을 처분할 때 이익에 붙는 소득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