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2·26 전·월세 대책을 내놓으며 임대소득에 과세하겠다고 밝히자 주택 임대사업을 하던 집주인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다가구 주택, 지방 전세 주택 등은 과세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세금폭탄을 맞게 된 일반 다주택자들과 달리 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서다. 이들은 집을 수십, 수백채 임대한다 해도 전혀 세금을 물리지 않아 “누구는 세금을 내고 누구는 내지 않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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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 주택의 경우 한 건물에 집주인을 포함, 6~7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유형이 일반적이다. 도심에서는 원룸 수요를 노려 한 집을 열 채 이상으로 쪼개 임대하는 사례도 적잖다. 엄연한 민간 임대사업자이지만 다가구 주택 보유자에게는 정작 임대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세입자들의 소유권 구분 등기가 허용되지 않고, 세법상으로도 1주택(단독주택)으로만 여겨져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가구 주택은 기준시가 9억원 이하면 주택 한 채로만 간주된다”며 “설령 세입자가 세액공제를 신청해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노출돼도 1주택자이므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0년 조사를 보면 전국의 다가구 주택은 총 88만6109채. 전체 주택(1467만7419채)의 약 6%를 차지한다. 건물 하나에 여러 집이 모여 살기 때문에 실제 민간 임대차시장에서 차지하는 가구 수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부분 보증금 액수가 작은 저가 전·월셋집이어서 과세는 커녕 임대차 실태조차도 파악이 어려운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S부동산 관계자는 “정식 허가를 받은 다가구 주택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에 12~16실을 갖춰 연간 임대수입이 대략 4000만~5000만원 선”이라며 “방을 많이 쪼갤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불법 리모델링을 해서 방 수를 늘리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세금 매겨도 문제…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그렇다고 현행 규정을 바꿔 다가구 주택 보유자를 다주택자로 간주해 당장 세금을 물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시가 4억원짜리 다가구 주택 1채를 5세대 이상에 임대해 월세 40만원씩을 받는다면 집주인의 연 임대소득은 2000만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를 매길 때 임대소득만 따로 떼내어 세금을 계산하는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자기 집을 제외, 8억원대 아파트 1채를 임대해 월세 100만원을 받는 집주인은 연 소득이 2000만원을 밑돌아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산은 아파트 보유자가 두 배인 데도 정작 임대소득세는 영세한 다가구 주택 보유자가 더 많이 내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 아파트 수백채 전세줘도 세금 없어
보유 주택을 전세로 임대한 경우에 적용하는 임대소득 과세 기준도 문제다. 현행 소득세법은 집을 전세로 임대할 때 전용면적 85㎡ 이하면서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인 중소형 주거용 주택은 보유 주택 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지방의 평균 아파트값은 1억8178만원. 기준시가가 실제 시세의 70% 선임을 감안하면, 결국 자기 집 외에 지방 중소형 아파트를 수백채 보유해 임대사업을 벌여도 전세인 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으로 누구는 혜택을 입고 누구는 불만을 갖는다면 그건 제도 설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땜질식’이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