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직장인과 학생 할 것 없이 약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한수연(30)씨는 1월 둘째 주로 예정된 회사 내 소모임 회식을 취소하기로 했다. 계엄 사태 후 멈춘 모임을 다시 열까 했지만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로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새해긴 하지만 함부로 즐길 분위기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아 당분간은 회식 얘기는 안 꺼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임을 가지더라도 최소한으로 조용히 진행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재수 끝에 대학 입학을 앞둔 김모(19)씨는 “간만에 잡은 모임이라 취소는 어렵지만, 방이 있는 식당을 찾아 밥만 먹으며 보낼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연말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여기에 대형 참사까지 벌어지며 소비 심리가 회복할 가능성도 옅어진 것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국가 애도기간인 만큼 이 기간은 잘 버티고 신년에 발표될 경기 대책에 민간 소비 부양을 이끌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경색된 상태에서 또다시 변수가 생겨 단기간에 이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때도 일시적이긴 하지만 소비에 영향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결국 상황이 안정화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