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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브라질산 수송기 사면서 이유도 안 밝힌 軍 [현장에서]

김관용 기자I 2023.12.05 16:26:47

공군 新수송기 엠브라에르 'C-390' 선정
첫 브라질산 도입하면서 언론 질의에 제한된 답변만
무기 구매 적절성·공정성 국민 알권리 보장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4일 오후 제15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 의결 관련 내용을 두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관계자들과 취재진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기종 선정 배경 질문에 당국은 설명이 제한된다는 입장이었는데, 기자들의 ‘깜깜이’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이번 방추위에서 공군 대형 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이 선정됐다. 항공기뿐만 아니라 무기체계를 통틀어 브라질산 도입은 처음이다. 방사청 관계자 조차 “다소 생소한 기종이 선정돼 조금 당황스럽겠다”고 했다. 유럽 에어버스의 ‘A400M’이나 1차 사업 기종이었던 미 록히드마틴의 ‘C-130J’를 제치고 브라질 기종이 선정된 것이다.

그런데도 방사청 관계자들은 브라질 업체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얘기해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평가 기준 관련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규정과 절차대로 공정하게 평가했으니 국민들은 그저 믿으라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항의’가 거듭됐다. 그제서야 △성능 △운용적합성 △가격 △절충교역 △국내 기업 협력 등 5가지 평가 항목 중 국내 기업 협력 컨소시엄 부분에서 엠브라에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 평가 항목에 대한 세부 질문이 이어지자 결국 “엠브라에르는 절충교역 가치 1억3500만 달러, 국내 업체와의 컨소시엄은 3개 업체를 제안했다”면서 “록히드마틴의 1억2900만 달러 절충교역 가치, 1개 국내 협력 업체를 제안한 것보다 앞섰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공군이 제시한 요구성능(ROC)과 가격 등은 대상 기종들이 모두 충족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국내 산업협력 부분에 가중치를 둬 브라질 기종이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3대 도입에 7100억 원이다. 생소한 국가의, 게다가 많이 생산되지도 않은 무기를 도입한다고 하니 선정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했다. 1차 사업 기종과 다르니 후속 군수지원 등의 비용 상승도 예상됐다. 그런데도 당국은 공개를 꺼렸다. ‘비밀’이 아닌데도 ‘제한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세금으로 구매하는 무기가 적절한지, 선정 과정이 공정했는지 등에 대해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한국 공군용 C-390 수송기를 제안하며 서울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출처=엠브라에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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