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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기대인플레 4.5% 급등
22일(현지시간)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번달 미시건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5%로 집계됐다. 지난 4월(4.7%) 이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5.4%씩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하락하는 듯했다. 두 달 전인 9월 당시 3.2%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달 4.2%로 뛰더니 이번달 다시 4.5%까지 급등했다.
5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2%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월 3.0% 대비 상승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 급등은 최근 CPI를 비롯한 물가 지표들이 완연한 하락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를 보였다. 전월 3.7%와 비교해 큰 폭 떨어졌고, 월가는 물가 둔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이 거꾸로 상승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는 엄밀히 말해 기대인플레이션을 2% 수준에 고정시키는(anchoring) 것이기 때문이다.
조앤 쉬 미시건대 소비자 조사담당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향후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긴축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 연준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최고글로벌전략가는 이번 지표를 두고 “좋은 소식이 아니다”며 “지표 의존적인 연준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CNN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통화 완화 전환 쉽지 않다”
시장은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5.50~5.75%로 현재보다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4.8%로 보고 있다. 전날은 아예 없었다가 다시 반영한 것이다. 내년 1월과 3월, 5월에는 5.75~6.00% 베팅도 나왔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추가적인 물가 둔화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쪽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 지표 역시 높은 인플레이션을 지지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0만9000명으로 전주 대비 2만4000명 줄었다. 5주 만의 최저치다. WSJ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2만9000명)을 밑돌았다. 노동시장 과열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반대로 소비심리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1.3으로 최종 집계됐다. 전월 63.8보다 하락했다. 넉달 연속 내림세다. 소비자기대지수와 경제여건지수는 각각 56.8, 68.3으로 전월보다 큰 폭 떨어졌다. 연말 대목임에도 소비가 부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핵심이다.
실제 미국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제품) 수주는 예상보다 큰 폭 줄었다. 간밤 미국 상무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내구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 월가 전망치(-3.4%)보다 더 부진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미 소비 지표 등을 근거로 침체론을 점치며 통화 완화로 돌아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높은 기대인플레이션과 부진한 소비심리는) 연준 인사들의 우려를 자아낼 수 있는 조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