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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중소·중견 제조사 즉석밥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햇반’ 등 CJ제일제당(097950) 제품 직매입 발주를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와 식품 제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양사는 납품 단가를 두고 7개월째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과 CJ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 건 앞서 CJ가 지난 8일 신세계그룹 유통 3사(이마트(139480)·SSG닷컴·G마켓)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부터다. CJ 측은 “식품과 유통 부문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손을 맞잡은 것”이라며 “올해 4분기까지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와 비건 등 혁신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CJ는 앞서 네이버, 11번가 등 이커머스 채널과 협력을 확대하며 ‘반(反) 쿠팡 전선’을 형성했다.
쿠팡과 CJ의 갈등은 유통사와 제조사 간 힘 겨루기를 넘어 유통업계 전통 강자와 신흥 강자 간의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최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선보이며 쿠팡의 유료 멤버십을 정면 겨냥하고 나섰다. 또 LG생활건강(051900)과 협업을 공식화하면서 이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쿠팡의 납품 단가 인하 통보에 반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후 쿠팡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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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중소·중견 기업과 협력 및 자체브랜드(PB) 상품 강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독과점 대기업’과 밀월을 끝내고 가성비·품질을 앞세운 제조사를 발굴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쿠팡 관계자는 “대기업에 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기업들이 공정한 판매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유통사와 신흥 채널 사이의 힘 겨루기가 본격화하면서 제조사 간 합종연횡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약 401조원으로 업체별 매출 점유율은 1위가 신세계(13.4%), 2위 쿠팡(9.8%), 3위 네이버(7.4%), 4위 롯데(7.3%) 순으로 조사됐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시장 내 지위가 높아지면서 납품 단가 인하 요구에 반발하는 전통 제조업체들이 쿠팡의 맞수 신세계, 롯데 등과 밀월을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제품력 강화를 통해 유익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