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원을 편성한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양측간 협의 불발로 예산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법정처리 기한을 넘긴 가운데 코로나 생존지원금 편성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시의회는 코로나19 위기극복과 민생지원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서울시는 “채무 등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김호평 서울시의회 에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서울시가 내년 예산을 역대 최대인 전년 보다 6조원 늘어난 44조원으로 편성했지만, 민생지원 예산 편성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오세훈 서울시장 본인의 공약사업을 위해 코로나 생존지원금을 소홀히 하는 것은 직무 유기이자, 시민의 눈을 가리고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달 중순부터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포함한 코로나19 생존지원금 3조원을 추가 편성할 것을 시에 요구했다. 이 같은 재원은 △정부의 손실보상 대상 시민 1조5000억원 △손실보상 대상자 미포함되나 거리두기로 영업제한 소상공인 및 법인 1조원 △여행업 종사자·택시 등 종사자 및 의료지원 5000억원 등으로 구분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결산 결과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순세계잉여금 3조원 중 1조5000억원, 시가 기금에 예치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1조원, 올해 예산안에서 삭감 조정된 5000억원을 사용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800조원을 넘어섰으며, 부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38%에 달한다”며 “위기탈출을 위해 벼랑 끝에 내몰린 시민들이 빚을 지는게 맞는지 아님 서울시가 빚을 지는게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다만 시는 무리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의 채무가 21.92%로 위기 단계이며 재원 마련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예산안 조정이 선행돼야 최종 가용재원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며 “무조건 3조를 가져오지 않으면 예산심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양측간 공방전이 길어지면서 내년 서울시 예산이 자칫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전년도 예산에 준해 올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에 따라 시민 반발과 정치적 부담 등도 상당한 만큼 연내에 예산안이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22일 서울시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의회 본회의가 한차례 연장돼 정례회 회기는 오는 27일까지로 연장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