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사업을 접었어도 그동안 미디어·콘텐츠에서 번 돈을 가져간다면 콘텐츠 투자 의무를 져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5일 케이블TV 업체인 현대HCN의 법인 분할과 최다액 출자자 변경을 승인하면서 앞으로 케이블TV를 안 하는 존속법인인 현대퓨처넷에 5년 동안 658억원의 미디어·콘텐츠 투자 의무를 부과해 관심이다.
현대퓨처넷은 2024년까지 658억원의 미디어·콘텐츠에 투자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이행 보증을 케이블TV 사업을 하게 되는 신설법인인 현대HCN이 지게 된다.
신설법인인 현대HCN(케이블TV업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KT스카이라이프도 현대HCN 인수합병 승인을 과기정통부로부터 받는 과정에서 해당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받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향후 5년 동안 658억 원의 콘텐츠 투자 의무를 질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사내유보금 너무 많이 가져가..방송사업 접는 현대퓨처넷에 투자 의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 11월 1일자로 현대HCN을 ▲디지털사이니지 등 신사업을 하는 현대퓨처넷과 ▲케이블TV업체 현대HCN으로 분할하면서, 사내유보금(현금 및 3530억원) 대부분은 존속법인(현대퓨처넷)에 남기고 방송·통신법인 신설법인(현대HCN)에는 200억원만 승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등이 방송사업에서 번 돈이 다른 곳으로 유출될 우려를 제기하면서 콘텐츠 투자 의무를 주는 방안과 사내유보금을 신설법인 현대HCN에 더 가게 하는 방안 등을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사내유보금 승계를 늘리면 주주총회 등을 다시 열어야 하기에 투자 의무를 주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퓨처넷은 방송사업자가 아니어서 투자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 퓨처넷이 투자 미이행 시 현대HCN이 의무를 승계토록 했다”며 “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할 때 금액 등 조건이 바뀌게 되는 만큼 인수합병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이 부분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왜 658억인가?..상위 케이블 업체 콘텐츠 사용료와 유사한 규모
신설법인 현대HCN은 존속법인 현대퓨처넷의 투자 이행을 확인하고, 정부에 투자이행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왜 658억원일까. 과기정통부는 658억원은 상위 케이블TV업체 3개사(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부문, 딜라이브)의 최근 3년간 가입자당 평균 콘텐츠 사용료와 유사한 규모(2020~2024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향후 인수·합병 등으로 최다액출자자가 변경되더라도, 존속법인 현대퓨처넷이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2024년까지 투자를 계속 이행할 수 있도록 이행 각서와 투자이행 담보방안 등을 제출하게 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신설법인 현대HCN의 인수·합병 신청이 들어 올 경우,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존속법인 현대퓨처넷과 신설법인 현대HCN에 부과된 조건 이행 현황 및 미디어 콘텐츠 분야 투자 계획 이행 의지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변경허가 및 변경승인 조건이 성실히 준수되도록 정기적인 이행실적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CMB, 딜라이브에도 같은 의무?..상황 달라
정부가 케이블TV업체의 법인 분할 조건을 승인하면서 별도의 콘텐츠 투자 의무를 준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따라 CMB나 딜라이브 역시 비슷한 의무가 주어질 지 관심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CMB나 딜라이브의 경우 케이블TV외에 다른 사업 분야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현대HCN의 법인 분할 및 매각 상황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현대HCN의 현대퓨처넷과 현대HCN으로의 법인분할 조건으로 ①고용승계 ② 협력업체 계약관계 유지 ③가입자 보호(분할 전 현대HCN의 가입자 보호를 위해 신설법인 현대HCN이 기존 가입자를 승계하고 이용조건 보장) 등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