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반둥(Bandung)에서 열린 잠수함 2차 사업 계약식에 참석해 국산 잠수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11월 방산수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방산수출진흥센터’의 첫 번째 민원 해결 성과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수출진흥센터를 통해 인도네시아 잠수함 2차 사업 수주를 위한 수출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한국수출입은행과 인도네시아 국방부 및 재무부 등과 협의를 통해 이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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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최초로 보유한 잠수함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독자 개발한 ‘돌고래’함이다. 1983년 취역한 돌고래함은 200톤급 미만의 잠수정으로 전투함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잠수함 확보 사업인 ‘장보고’ 사업이 시작된 이유다. 우리 군은 1987년 독일 호발츠베르케-도이체(HDW) 조선소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첫 번째 1200톤급 잠수함을 들여왔다. 2번함은 대우조선해양이 독일에서 갖고 온 부품을 국내에서 조립해 건조했다.
그러나 3번함부터는 부품에서 건조까지 모든 제조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이같은 건조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장보고함을 개량한 1400톤급의 잠수함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대한민국의 첫 잠수함 수출 사례였다. 독일로부터 기술을 배워 잠수함을 만들던 나라에서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건조 1차 사업(Batch-I)을 따낸 대우조선해양은 계약 당시 총 3척의 잠수함 중 1번함과 2번함은 국내에서 건조해 인도네시아 납품하고, 3번함은 현지 조선소에서 최종 조립해 납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2번함은 인도네시아에 납품을 완료했다. 3번함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지역 국영기업인 PT. PAL 조선소에서 공동으로 건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상당수의 인력들이 현지에 상주하고 있으며, 지난 해 10월에는 PT. PAL 내에 잠수함 기술 협력 센터(Submarine technical cooperation center)를 개소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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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해군은 총 12대의 신형 잠수함을 확보한 계획이다. 이번 2차 사업Batch-II)은 1차 사업에 이어 잠수함 3대를 추가 확보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후속 사업 수주를 위한 공세적 영업을 펼쳤다. PT. PAL 조선소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해군 관계자들이 러시아 잠수함 도입을 위해 러시아어까지 배웠다고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방산수입국가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16.3%로 1위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지난 해 8월 여름 휴가 도중 진해 해군기지를 찾아 잠수함 인도식을 위해 방한한 리아미잘드 리아꾸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국가”라면서 “이번 잠수함 2차 사업은 신남방정책의 주요 사업으로 정부와 많은 관계기관이 계약 성사를 위해 공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군은 기존 1200톤 장보고함급(209급)과 1800톤 손원일함급(214급)에 더해 중대형 잠수함인 3000톤급 잠수함까지 확보하게 됐다. 지난 해 9월 진수한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은 기존 214급과 비교해 크기가 약 2배 정도 커졌다. 공기불요추진체계(AIP)에 고성능 연료전지를 적용해 수중 잠항 기간도 늘었다. 특히 도산안창호함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한 잠수함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잠수함 독자 설계 및 진수 국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