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소송으로 계약이 늦어질 경우 납기일이 정해져 있는 만큼, 자재와 탑재 장비 발주 등이 지연되고 건조 가능 기간도 촉박해진다. 사업이 지체될 경우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군 전력화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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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보안감점 때문에 사업 뺏겨”
하지만 우선 제안서 평가의 부적정성 문제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의 주관적 주장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글로벌 톱3위의 조선사로 기술력 격차는 크지 않은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13건의 함정사업 기술평가에서 한화오션은 7번 앞섰고, 설계사업의 경우에도 한화오션이 4번 중 3번이나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인수 전 상당 기간 경영 부실로 인력 유출과 재무 건전성 악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이번 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 제안서 평가 중 80점 만점의 기술능력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은 72.3893점을, 한화오션은 71.4185점을 획득했다. HD현대중공업이 해당 호위함의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했기 때문에 기술평가에서 0.9735점이나 앞설 수 있었다. 보통 수상함 사업 경쟁에서 1점 대 미만으로 당락이 결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기술력 점수가 충분히 반영된 결과라는게 군 당국 분석이다.
게다가 HD현대중공업은 선도함 제작업체였기 때문에 협력업체 선점에도 유리했다. 중소중견기업 협력 점수가 한화오션에 0.6843점 앞선 이유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1.8점의 보안감점으로 총점에서 0.1422점 뒤졌다. 보안감점이 수주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은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보안감점은 HD현대중공업의 단순 실수가 아닌 직원들의 조직적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것이었다.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해군 간부로부터 받은 한화오션이 만든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 등을 ‘도둑 촬영’했다.
게다가 보안이 허술한 사내 비인가 서버에 이들 군사기밀을 보관하고 잇딴 보안감사에서도 발각되지 않도록 서버를 옮겨 저장하는 은폐 정황도 있었다. 혐의자 12명의 직원 중 9명이 기소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은 사상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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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시장 독점화?…방사청 “불공정행위 엄중 처벌”
그런데도 HD현대중공업은 이 때문에 감점을 받는건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향후(22년 11월부터) 3년 간 1.8점 감점을 받게 되면 사실상 수주 경쟁이 어려워져 함정시장은 한화오션 중심으로 독점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HD현대중공업은 17척의 함정을 건조하고 있는 반면, 한화오션은 3척에 불과해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이 독과점 업체인 상황이다. 보안감점 적용 기간 내 발주 예정 사업을 고려하면 ‘억측’일 수 있다. 게다가 SK오션플랜트까지 중·대형 전투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HJ중공업도 다수의 군함을 만든 조선소다. HD현대중공업에 감점이 적용되더라 그 외 사업자들에 의한 유효한 경쟁 성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안감점의 소급 적용 주장도 애매하다. 실제 바뀐 규정의 소급 적용으로 감점을 받았는지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보안감점 관련 규정의)3차 개정 후 1년만인 2022년 12월, 방사청은 타당한 설명 없이 단서조항을 추가해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기소된 경우 ‘기소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수정(4차 개정)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차 개정은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에 대한 보안사고와 관련한 울산지법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한 달만에 이뤄졌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어 ‘형 확정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적용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사고 감점이 언제 끝날지 그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8명은 1심 판결에 승복해 형이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검사 측이 형이 낮다며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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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방사청은 보안감점의 적절성 주장에 대해 “무기체계 등과 관련된 군사기밀 유출은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이러한 보안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한 처벌이 필수적”이라면서 “기술력을 충분히 갖춘 업체가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요소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군사기밀 유출과 같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