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안팎에선 올해 처음으로 월풀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 가전업체에 등극할 것이란 기대감이 묻어난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18조7867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단일 사업본부 중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7조원 고지’를 선점한 바 있다. 이미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월풀을 앞서고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풀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7% 늘어난 54억8800만 달러(약 6조 4714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생·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지속하는 가운데 건조기와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진 데다, 공간 인테리어 가전인 LG 오브제컬렉션의 인기가 더해진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LG전자의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3분기 실적을 두고도 “원자재·물류비 등 수익성 압박 요인이 예상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으로 53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주요 원재료인 철강과 레진, 구리 모두 분기별 인상률이 증가 추세에 있다”며 “지금 해상 및 항공 운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욱이 이번 달엔 중국 광군제·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쇼핑이벤트들이 몰려 있다. 물류비와 마케팅비용이 늘고, 제품 할인율까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가 늘어나면 배송하려고 계획했던 것보다 적은 양을 배송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G전자는 해외 공급망 확보, 프리미엄 제품 판매 등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LG전자가 경쟁사들보다 우월한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원가 상승 요인을 판가에 전가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변동성은 매년 유사한 사이클을 가지며, 특히 올해 영향력은 큰 수준”이라며 “LG전자로선 중저가 제품보다 가격대가 있으면서도 수요가 끊이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해 마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장점은 공급망 관리에 용이하다는 것”이라며 “북미지역의 공장에서도 가전을 생산하고 있고 현지 거점지역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어 물류대란을 피해 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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