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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산된 미·중 '차관급' 회담…美, 한·일 순방으로 '동맹 과시'

정다슬 기자I 2021.07.16 17:39:10

셔먼 美국무부 부장관, 18~25일 한·일·몽골 방문
4년만에 한미일 차관급 협의회도 열려
신장위구르 인접 '몽골'서 인권·민주주의 논의하기도
FT, 미중 회담 무산 이유로 중국 퇴짜 지목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장관이 다음 주 한국과 일본, 몽골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그러나 당초 가장 관심을 모았던 중국 방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담 참가자를 누구로 할지를 놓고 미·중간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핵심 동맹국과 중국 인접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등 양국 간 신경전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히 진행되는 모양새다.

최종건(왼쪽) 외교부 1차관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9일(현지시간) 만나 차관회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美, 핵심 동맹·신장 위구루 ‘앞마당’ 연이어 방문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18일부터 25일까지 일본, 한국, 몽골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말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태국을 방문한 지 두 발도 안 돼 다시 아시아 지역을 찾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핵심 동맹국이고 몽골은 미·중 패권이 부닥치는 신장 위구르 지역과 인접한 국가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이 도쿄에서 일본 측 인사들과 회담한 후 21일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를 열어 북한과 지역 안보, 기후변화 등에 대한 3국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역시 20일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모리 타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이 나선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차관회담이 열린다. 도쿄 올림픽 개최를 코앞을 앞두고 양측간 회담이 성사된 만큼 경색된 한·일 관계에도 돌파구가 열릴 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한·일 정상회담은 이렇다 할 진전 없어 큰 국면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후 셔먼 부장관은 21일 한국으로 건너온다. 23일에는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예정돼 있다. 이후 몽골 울란바토르로 넘어간다. 남으로는 중국, 북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몽골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미국은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문에 몽골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등 강화해왔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과 몽골의 양자 협의의 주제에 대해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종교 및 신념의 자유, 전통적 문화 정체성과 관습의 존중을 포함한 공동의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로 꼽는 신장 위구르 지역 앞마당에서 민주주의, 인권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2019년 8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몽골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에게 몽골 정부가 우호의 상징인 말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美, 회담 제안에 中 ‘급’ 낮춰 역제안

이날 국무부 발표에서 가장 기대를 받았던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로 알려진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은 미·중 정상회담의 사전작업 성격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았다.

이를 두고 ‘무산’인지 애초에 ‘설익은’ 보도였는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무게 방점은 후자에 찍히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측이 셔먼 부장관과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 간 회담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절하고 셰펑(謝鋒) 부부장을 카운터파트너로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즉, 중국 측의 ‘퇴짜’로 일정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차관급 부부장이 여럿 있는데 이들 사이에 공식적인 서열차이는 없다. 다만 러위청은 상무부부장으로 선임 격이며 셰 부부장은 올해 초 막 미국 담당 부부장으로 임명됐다.

올해 초 중국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을 만나겠다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제안을 번번이 거절하고, 대신 그보다 서열이 낮은 웨이펑허(許其亮) 국방부장(장관)과의 회담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해서 미·중 정상회담 역시 무산됐다고 보기 어렵다. 외교가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모두 참가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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