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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기만 한 디지털 혁신시대, 어떻게 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국내 게임업계의 대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디지털 신세계의 생존전략을 전했다. 디지털을 먼저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먼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국내 개임업계에서 신화 같은 존재다. 지난 2000년 자본금 1억원, 직원 8명으로 시작한 넷마블을 작년 기준 매출만 2조4000억원 넘는 초대형 회사로 키운 인물이다.
그는 “빨리 가는 사람이 먼저 볼 수 있다”면서 디지털 시대에는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변화의 기회를 놓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넥슨·카카오 등 우리나라 대표 IT기업을 창업한 기업가들은 퍼스널컴퓨터(PC)와 인터넷을 가장 먼저 접한 1960년 후반에 태어난 세대다.
방 의장은 “최근 드라마나 게임, K팝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게임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게임이 디지털과 가장 먼저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의 해외 수출량은 7조9000억원 수준으로 게임 수출 비중은 56%가 넘는다. 그는 “게임산업은 불과 20년 전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에 불과했는데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PC를 만나며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섰다”며 “자영업을 하든 유통을 하든 벤처를 하든 간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순간 빠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인재보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누구나 상상을 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바꿀 노력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혁신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상상을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생각을 비틀거나 약간의 창의성을 더한다면 머릿속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서산방조제를 쌓을 때 유조선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를 대표적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는 스티브 잡스를 높이 평가하는데, 정주영 회장이 미국 사람이었으면 더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쉽지는 않아도 상상하던 것 하나가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를 한층 더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이나 의류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수출이 확 늘었다. 이어 “디지털을 베이스로 하는 분야가 IT인데 자체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산업과 만나면 사업영역을 키울 수 있는 채널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