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리는 것보다 일정 수준의 소득세 면세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소득세를 내고 그 이하는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가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며 국민경제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복거일 작가 겸 경제평론가는 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안심소득제 설계 및 시사점’ 특별좌담회에서 “세제와 복지교부금을 하나의 과표로 묶어 포괄적인 음소득세제를 설계할 경우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릴 필요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복지교부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소수의 극빈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너무 복잡하고 상충적인 세제를 개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는 “현재의 복지제도는 중복수혜 및 사각지대 문제로 효율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의 선택권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제도를 단순화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는 음소득세에 대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약간만 하거나 당국에 알려지지 않는 음성적인 소득을 받는 일을 하려는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000만원을 소득세 면세점(exemption plus deductions)으로 정하고 그 이하는 면세점과 가구소득 간 차이의 40%를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를 제안했다.
그는 123조원에 달하는 보건·복지·노동분야 중앙정부 사업예산 중 안심소득제로 대체가 가능한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노동, 주택, 근로·자녀장려금 등을 폐지하고, 약 50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안심소득제를 도입하면 강한 근로 유인을 제공하게 되어 노동공급 및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국민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음소득세 개념에 기초한 안심소득제야말로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국가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안심소득제의 이점은 행정비용의 절약과 예산 누수의 최소화”라고 강조했다. 생계, 주거, 자활급여와 관련하여 수급권자 및 부양의무자를 판정하기 위한 각종 조사와 수급자 관리, 자활 사업 관리 등 여러 행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복지 혜택 전달 과정에서 생기는 횡령, 착복, 각종 비리 등 누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의 소득세를 부과·징수하는 국세청 자료 및 행정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 정도로만 인상하고 안심소득제를 신설하면 노동공급이 증가해 고용이 늘고 가처분소득이 증대돼 소비가 늘어서 국민경제에 선순환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