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재계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 요청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올해 최대 화두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종용했지만 기업들은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수준으로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신문로 플라자호텔에서 3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작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해 감사하다”며 “올해도 과감한 투자에 나서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달라”고 당부했다.
윤 장관은 또 “올해 규제개혁, 기업환경 안정화,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 등을 3대 역점과제로 꼽고 추진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수립,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장관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요청에도 주요 기업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간담회를 마친 후 이상훈 삼성전자(005930)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올해 50조원 정도 투자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 정도 투자할 것”이라며 예년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 사장은 또 올해 고용 계획에 대해서는 “올해 경제가 녹록지 않다”며 “(재계에서) 삼성이 가진 비중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으로 계획은 잡아놨다”고 부연했다.
정도현 LG전자(066570) 사장은 “투자를 작년보다 조금 더 할 수도 있다”며 “고용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작년 투자계획인 14조원보다는 많은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각각 말했다.
한편 SK(003600)그룹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립 및 반도체 D램 공장 설비 개선 등에 지난해보다 약 1조원 늘어난 14~15조원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독려에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올해 나라 안팎으로 각종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엔저, 원고 등 환율 요인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등 이슈까지 겹쳐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언제 피부로 와 닿게 완화될 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아직 주요 그룹의 투자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기업 환경 안정화 노력으로 투자·고용 확대를 독려할 방침이다.
윤 장관은 이날 “엔저·통상임금 등 대내외 어려운 기업환경 여건이 존재하는데 기업환경 안정화를 통해 투자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예정”이라며 “기업은 강한 ‘원’을 활용해 필수 기자재 구입 등을 통해 투자비용을 낮추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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