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4시57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B군(당시 9세)을 치었다. A씨는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차량을 운전하다 현장에서 21m 떨어진 자택 주차장 앞까지 이동해 1차로 멈춰 섰다. 블랙박스에는 A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량을 주차하면서 “어? 말도 안 돼”라고 하는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수준(0.08% 이상)인 0.128%였다. A씨는 자택에 주차한 후 40여 초가 지나서야 현장에 돌아왔고, 목격자 신고로 병원에 옮겨진 B군은 끝내 숨졌다.
검찰은 “이 사건은 만취상태로 스쿨존 내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 과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스쿨존 음주사고 도주 사안에 대해 최대 23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한 바 있다”며 구형 의견을 밝혔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해 B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학교 후문을 나오다 음주운전에 의해 희생됐다”며 “저와 가족은 다시는 그날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큰 절망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음주사고는 더 이상 발생하면 안 된다. 가해자는 스쿨존에서 우리 아이를 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도망갔다. 아이를 구조하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 재판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은 저희를 너무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음주운전은 큰 범죄이며 그 어떤 사망사고보다 중한 사고임을 판시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해주시길 바란다. 이것이 제가 드리는 마지막 소원”이라며 오열했다.
A씨는 “저는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른 죄인”이라며 “유족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평생을 사죄와 속죄로 살겠다”며 최후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오전으로 선고기일을 예정했다.